[골프포스트(부산 기장)=최웅선 기자]“(김)세영이 언니처럼 성적이 났으면 좋았겠지만 올해 부진이 약이 되었어요” 김효주(20.롯데)는 미국 무대 1년간의 경험이다.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효주는 많이 피곤해 보였다. “얼굴이 핼쑥해졌다”는 안부인사에 김효주는 “어른이 되나보니 젖살이 빠져서 그래요”라며 웃는다. 특유의 장난기와 익살은 변함이 없다.

김효주는 올 시즌 LPGA 신인왕 후보 1순위였다. 데뷔 전부터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까지 12개 대회에서 우승 한 번에 ‘톱10‘ 7번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이 발목을 잡았다. 김효주는 “상반기 무리한 스케줄이 누적돼 하반기에 체력고갈로 이어졌다”며 “1년간 경험한 만큼 체력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한국과 미국을 쉴 새 없이 오가면서 낭비한 체력은 US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컷 탈락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또 김세영과 신인왕 경쟁에 집중해야 하는데 피로누적 때문에 경기 중 기권이라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부친 김창호(57) 씨와 매니지먼트사의 고민은 깊어갔다. ‘흥행보증수표’ 김효주를 부르는 곳은 많고 몸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 IM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효주와 LPGA투어 선수들

김효주는 “일본(토토재팬클래식)에서 하반기 첫 톱10에 들었는데 우승할 때보다 더 기뻤다”며 “하반기에는 샷감이 전혀 없어 이 정도 성적을 낸 것으로도 대만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일본 대회를 빼고 톱10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고 덧붙였다.

시즌 중 부친 김씨는 “효주의 작년 성적이 워낙 좋아 어쩔 수 없었다”며 “올해만 잘 버티면 내년에는 LPGA투어에만 ‘올인’ 할 수 있다”는 말로 위로를 삼았다.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면 한결같이 ‘즐거운 골프를 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터 같은 경기에서 즐겁게 경기를 펼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김효주의 골프는 진정 즐기는 골프다.

‘돌부처’같은 맨탈의 소유자인 김효주가 수다쟁이라는 것을 알만한 선수들은 다 안다. ‘굿샷’을 해도 ‘미스샷’이 나와도 샷을 한 후에는 캐디와 골프외의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 수다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한 방에 날리고 샷을 할 땐 ‘아우라’가 넘치는 집중력으로 필드를 장악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김효주는 “오랜만에 한국에 와 언니들과 수다 떠느라고 입이 다 아프지만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며 “올해 영어로 수다를 떨 수 있었으면 다 죽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활짝 웃었다. 이어 “올해 내 자신에 실망했던 만큼 동계훈련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년 시즌 목표를 묻자 김효주는 “이전까지 그랬던 것처럼 목표는 없다. 다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답했다. 그래서 우승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 매 시합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하면 아쉽게 우승을 놓치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한다.

골프관계자들은 김효주를 ‘국보골퍼’라 부른다. 스윙의 기술적 완성도와 승부사 기질 그리고 우승트로피를 수집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맨탈’까지 어디 한 부분 모자람이 없는 선수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데뷔 첫 승과 함께 상금랭킹 13위로 성공적으로 데뷔 첫 해를 마감한 김효주의 2016시즌이 기대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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