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희경

[골프포스트(용인)=최웅선 기자]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경기도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을 찾았다. 연습라운드를 끝낸 선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위해서였다.

클럽하우스를 내려와 연습그린으로 향하던 중 오랜 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배희경(23.호반건설)이다. 그는 기자를 “오랜 만이시네요”라며 환한 웃음으로 맞아 주었다. 배희경은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JLPGA투어와 KLPGA투어를 번갈아 가며 33개 대회를 뛰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밝아지고 건강해 보였다.

최근 근황을 묻자 배희경은 “골프 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오래 오래 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투어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010년 LIG 클래식과 2013년 KDB 대우증권 클래식 등 KLPGA투어 통산 2승을 거둔 배희경이었지만 일본생활 초반은 힘들었다. 데뷔전부터 12번째 대회까지 절반인 여섯 번을 예선 탈락했다. 한국선수들이 일본무대를 평정한지 오래지만 만만치 않았다.

이어진 7개 대회에서는 준우승 2번에 공동 8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물론 예선탈락은 한 번도 없었다. 배희경이 자신감을 얻은 것은 성적뿐 아니라 일본투어 ‘베터랑’ 오야마 시호(39)의 배려 때문이다.

시호는 JLPGA투어 16년차의 베터랑으로 2006년 상금왕에 올랐을 정도로 실력파다. ‘노장’이지만 올 시즌 요넥스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도 했다. 배희경은 “시호 선수랑 몇 번 동반 플레이를 펼친 적이 있는데 그 인연으로 JLPGA투어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 주고 있다”며 “내 스윙이 좋은 편은 아닌데도 장점을 말해주면서 자신도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등 항상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배희경이 JLPGA투어를 건너뛰고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이 대회가 자신의 KLPGA투어 마지막 대회기 때문이다. 그는 이 대회를 끝으로 휴식을 취한 뒤 내년에는 일본에만 전념한다. 일본어에 능숙하진 않지만 혼자서다.

부모와 함께 KLPGA투어를 뛰었던 배희경이 홀로서기에 나서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이다. 배희경은 “아빠나 엄마랑 같이 대회장을 다니면 코스를 따라나서게 되는데 일본에서는 클럽하우스에 그냥 계신다”며 “내가 어떤 실수를 해 타수를 까먹었는지 모르시니까 더블보기를 해도 핀잔을 주기보다 위로를 해 주신다”고 말했다. 배희경은 어머니도 “코스를 따라다닐 땐 잔소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희경이가 경기를 끝내면 맛있는 것 해 주기에 바쁘다”며 “왜 진작 이렇게 해 주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고 쑥스러워 했다.

배희경은 내년 전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체력적인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지만 때론 기차를 타고 또는 버스를 타고 여행 다니는 기분이다. 또 음식도 입에 맞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KLPGA투어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출전한 이번 대회 첫날 배희경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골라내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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