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선수 부모와 대화를 나눌 때면 그들은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한다. 자식이 투어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이유다.

그래서 선수와 부모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 의견충돌이 일어나곤 한다. ‘왜 짧은 퍼트를 자주 빼니?’ ‘왜 티샷을 엉뚱한 방향으로 날리니?’ 등 샷 난조로 인한 부진한 성적이 원인이다. 매 대회 반복되는 충돌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성적부진의 스트레스는 선수인 당사자가 더 받는다. 또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자신을 위해 뒷바라지 하며 고생하는 부모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공을 똑바로 쳐야 한다는 압박과 퍼트를 홀에 떨어뜨려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엉뚱한 결과를 낳게 한다.

KLPGA투어 스타선수와 무명선수의 실력차이는 ‘깻잎 한 장 차이’다. 연습라운드에서는 스타와 무명이 비슷한 스코어를 낸다. 아니 더 나은 스코어를 적어내는 경우도 많다.

▲ KLPGA투어 시드전을 지켜 보는 부모

한화골프단은 매년 미국 샌디에이고로 겨울동계전지훈련을 간다. 그곳에서 샷을 다듬고 구단 소속선수들끼리 모의 시합을 한다. K와 L선수는 매 라운드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매번 1,2등을 다퉜다.

구단의 기대는 컸다. 철저한 무명인 K와 L선수가 우승을 한다면 스타선수보다는 무명선수를 꾸준히 지원 육성하는 한화그룹으로서는 큰 성과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K선수는 24개 대회에 출전해 본선 진출은 달랑 두 번이 고작이다. L선수 역시 23개 대회에서 여섯 번 밖에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두 선수다 최하위를 맴돌았다.

K와 L선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두 선수가 스윙의 기술적 결함이 있었다면 세계 최고투어로서 손색이 없는 KLPGA투어에 발을 담그지도 못했을 것이다. 스윙의 기술은 1등과 꼴찌의 차이는 미세하다. 그 차이가 우승과 꼴찌를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게임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가 부족하고 압박을 받았을 때 그것을 이겨낼 정신력이 부족한 것뿐이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실력이 모자랐다면 결코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스윙의 기술적 완성도가 2% 부족하다면 채우면 된다.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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