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은 우리 사회의 약속이자 법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범법자되어 그에 상응하는 죗값을 받는다. 규칙이란 강제적(?) 약속이 없다면 폭력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선수협의회가 있다. KLPGA투어 시드를 가진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선수협의회는 전원이 참가하는 전체회의를 거쳐 찬반투표로 규칙을 만들면 선수들은 그에 따른다. 규칙을 어기면 선수협의회는 그에 따른 벌금을 부과한다.

규칙을 어긴 선수가 벌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될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규칙을 위반해 부과된 벌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 출전정지, 자격정지 등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자율단체라 할 수 있는 선수협의회는 강제로 벌금을 내게 하는 방법은 없다. 못 내겠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다행히 선수협의회가 생긴 이래 규칙을 어겨 벌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틴 선수는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벌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틴 선수가 나왔다. 동료선수들에 의하면 해당 선수는 자신이 LPGA투어 소속이라 벌금을 못 낸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선수는 LPGA투어에 진출하기 전까지 선수협의회 임원으로 봉사했다. 그래서 더 황당하다. 화가 치밀어 생각 없이 뱉은 말일 것이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벌금을 자진 납부했다고 한다.

해당 선수가 돈이 없어 벌금을 못내는 선수는 아니다. 분명 홧김에 감정적으로 대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칼보다 무서운 것이 말이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다. ‘LPGA투어 선수라 벌금을 못 내겠다’는 말은 KLPGA투어를 무시하는 처사다.

선수협의회가 해당선수에게 벌금을 부과했을 때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다. 물론 벌금을 못 내겠다고 말한 선수도 그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규칙을 위반한 선수의 대응방법은 분명 잘못됐다.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어야 한다.

해당선수가 벌금을 내면서 겉으로는 봉합된 것 같지만 선수협의회뿐 아니라 KLPGA투어 대부분의 선수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또 해당선수도 홧김에 내뱉은 말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쌍방이 피해자가 된 셈이다.

선수협의회는 선수들 스스로가 만들었다. 선수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봉사하는 입장인 것이다. 선수협의회가 출범하고 선수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 선수협의회 회장을 지난 지유진, 이정연, 최혜정 등과 임원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깨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 아니다. 잘못된 규칙이라면 건의를 해 고치려고 해야지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서양 속담이 있다. 이 뜻을 깊게 새겨 이런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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