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 신

[골프포스트(인천 영종도)=최웅선 기자]2006년 US주니어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열네 살 소녀에게 미국언론은 깜짝 놀랐다. 2년 뒤인 2008년에는 US여자오픈 아마추어 부문 우승을 차지해 여자골프의 ‘기대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바로 제니 신(23.한화)이다.

2010년 LPGA 퓨처스투어(2부투어) 우승과 함께 상금순위로 LPGA투어 시드를 받아 벌써 LPGA 투어 5년차를 보내고 있는 제니 신을 KEB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리는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만났다.

그와 인터뷰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오전 일찍 프로암대회에 나간 제니 신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퍼팅그린으로 달려가 3시간을 연습했다. 한화골프단 소속인 제니 신은 19명의 소속 선수 중 연습벌레로 통할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한 하다.

▲ 대회장 코스를 돌고 있는 제니 신

여자골프의 최상위 클래스인 미국에서 미디어의 주목을 한 몸에 받던 제니 신은 프로 무대에서도 금방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주변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만 5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선수로서 우승은 최우선 순위의 목표다. 우승 문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와 달리 항상 우승 사정권에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우승을 못할 땐 마음의 상처와 부담은 상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된다. 제니 신이 그랬다. 우승권에 있으면서 우승이 없는 선수다.

제니 신은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프로가 되고 나서 주변에서 우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 나에겐 그 만큼 스트레스였고 부담이었다”며 “올해는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인연이 닿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제니 신에게도 우승 기회가 있었다. 투어 2년차였던 2012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십이다. 제니 신은 최종라운드 16번홀까지 2타차 선두를 달렸다. 첫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2홀을 남기고 대회장에 갑작스럽게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경기는 중단됐고 2시간이 지나서야 재개됐다. 리듬이 끊긴 제니 신은 추격자들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고 연장전에서 안젤라 스탠포드(미국)에게 덜미가 잡혔다. 허망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제니 신은 더욱 연습에 몰두했다. 결과는 좋아졌다.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제니 신은 “작년에는 1, 2라운드 잘치고 3,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했는데 올해는 3,4라운드에서 타수를 더 줄이고 있다”고 말한다. 우승권에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니 신은 매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한화골프단 김상균 감독은 “제니는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정말 훌륭한 선수”라며 “우승을 해야겠다는 집념이 오히려 우승을 못하게 만들고 있다. 우승이란 집착을 버리면 가장 쉽게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무엇 때문에 우승하지 못하느냐’란 질문을 던지자 제니 신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허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맨탈이 부족해서”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아직도 주변에서 빨리 우승해야지라고 말한다. 이제는 우승이라는 말이 부담보다는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LPGA투어 상금랭킹 60위까지만 출전이 허락되는 LPGA KEB  하나외환 챔피언십은 출전선수 개개인이 모두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는 만큼 제니 신이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 할지 기대해 본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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