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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의 인사이드]노무라의 우승으로 본 우리의 현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15.09.08 10:31

 

   
▲ 한화금융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포즈 취한 하루 노무라/KLPGA제공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하루 노무라(23일본)가 첫 출전한 KLPGA투어 2015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 땅인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라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를 정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일본 국적인 노무라의 우승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무라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문소영)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국적을 취득했지만 처음부터 일본인으로 살았던 건 아니다. 노무라는 10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외할머니의 손에 자라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성을 따 문민경이란 이름으로 초·중·고등학교 때까지 한국 주니어 무대에서 활동했다.

공을 잘 치는 유망주였지만 국내 주니어 무대의 높은 벽을 뛰어 넘지 못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노무라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본에서 프로 전향과 함께 아버지의 국적을 취득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노무라의 꿈이자 삶의 전부인 골프가 편했던 것은 아니다. 19세이던 2011년 JLPGA투어 브리지스톤 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스폰서가 없는 어린 노무라에게 스폰서가 붙을 법도 했지만 일본어를 못하는 반쪽 일본인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여자골프의 최고봉인 LPGA투어로 무대를 옮겼지만 상황이 변한 것은 없었다. 한국기업에서도 일본 국적인 노무라를 후원해줄리 만무했다. 모든 투어 경비를 스스로 알아서해야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하지만 노무라는 골프백 앞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새겨 넣었다. 비록 일본 국적이지만 자신에게는 ‘대한국인(大韓國人)’의 DNA가 몸속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기자가 처음 노무라를 만난 것은 지난 2월 열린 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였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볼을 치는 노무라의 뒷모습과 스윙의 화려함이 꼭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로 착각하게 했다. 하지만 더 놀란 건 골프전문기자인 필자가 LPGA투어애서 활동하는 국내 선수를 모르고 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노무라와 코치는 한국어로 연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프백에 새겨진 태극기와 일장기를 보고서야 반쪽 한국인 ‘하루 노무라’를 알았다.

   
▲ 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만난 하루 노무라

LPGA투어에서도 노무라는 이미림, 양희영, 최운정 등과 친하게 지낸다. 일본 선수들과는 그저 인사만 하는 정도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다. 그래서 태극낭자들과 어울리고 음식도 한식만을 먹는 ‘하루 노무라’는 분명 한국인이다.

이번 한화금융클래식에는 앨리슨 리가 초청선수로 참가했다. 앨리슨 리는 모든 미디어에 관심의 대상이었다. 앨리슨 리가 한국인 외할머니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 역시 반쪽 한국인이다.

우리 사회는 국제결혼이 늘면서 다문화시대에 살고 있다. 생김새가 조금 다르고 한국어가 서툴러도 분명 그들의 몸에는 대한국인의 DNA가 있다. 설령 그들이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적이 아니어도 몸속의 DNA까지 바꿀 수는 없다. 일본 국적이라고 해서 차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종 격투기선수인 추성훈은 일본에서 살아가면서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한국어를 잘못하는 반쪽 한국인으로 차별 받자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우리는 그의 가슴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주었다.

노무라의 이번 우승은 여자골프를 꾸준히 지원육성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맺은 결실이다. 스타급 선수를 영입해 홍보효과를 노리는 타(他)기업과 달리 음지 속에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해 양지로 끌어올리는 한화그룹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이런 지원이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의 대(對) 한국 외교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지만 우리는 일본과 같이 3류 정치인들이 설쳐대는 국가가 아닌 초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다문화시대에 맞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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