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후 인터뷰하는 하민송/KLPGA제공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안녕하세요”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클럽하우스에 앉아 있는 기자에게 하민송이 인사를 한다. 기자가 “안녕 오늘 컨디션 어때? 오늘도 잘 할 수 있겠지?”라고 연달아 질문을 던지자 멋쩍은 미소로 하민송은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한다. “오늘도 기자실에서 보자“란 덕담을 건네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대회현장에 나가면 클럽하우스에서 항상 선수들을 접하게 된다. 예선이 치러지는 1,2라운드 때는 선수들과 가끔씩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무빙데이’에 접어들면 선수들의 긴장된 분위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냥 지나치곤 한다. 특히 선두권에 있는 선수들과는 부담이 될까봐 일부러 접촉을 피하기도 한다.

1,2라운드 선두를 달려도 무명들은 무빙데이에서 대부분 무너진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진 미디어와 구름갤러리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하민송은 지난 6월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를 1타차 단독선두로 출발했다. 생애 첫 우승 기회였지만 2타를 잃고 공동 2위에 그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무빙데이의 긴장감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가 무빙데이의 긴장감을 이기지 못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사라진다.

▲ 우승 트로피 들고 포즈 취하는 하민송/KLPGA제공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트라우마 (trauma)’가 생긴다. 이런 증상이 생기게 되면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우승경쟁을 벌이게 되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다.

4타차 선두로 3라운드 경기를 마친 하민송은 “우승을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말처럼 시즌 4승의 전인지(21 하이트진로), 베터랑 홍진주(32 대방건설) 등과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치면서도 자신감을 앞세워 주눅 들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파3 7번홀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토해내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결과는 공동 2위를 차지한 배선우(21 삼천리)와 홍진주를 6타차로 따돌리는 완벽한 우승이다.

하민송은 “첫 우승을 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프로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우승이 빨리 온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열아홉 살 하민송은 어린나이에도 자신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던 경험을 ‘디딤돌’로 삼았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KLPGA투어에는 우승하는 선수보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선수가 더 많다.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정도의 선수라면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충분한 것이다. 다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골프 또한 샷의 기술적 완성도로만 일등을 할 수 없다. 초긴장 상태에서도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맨탈이 보태져야 한다.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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