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 선수의 캐디로 나선 김상균 감독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자신의 기량을 한 번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를 많이 봤어요. 제가 포기하면 저 선수도 그렇게 됩니다. 절대 포기 못합니다”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그의 눈시울이 잠깐이나마 불거졌다.

한화골프단 김상균(45) 감독 얘기다. 한화골프단의 선수 구성은 타(他) 골프단과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타이틀 스폰서가 선수와 계약을 할 때 타구단과 계약이 끝나기 전 가계약을 체결해 우수한 선수를 확보한다. 정규투어에 갓 데뷔하는 신인도 아마추어 때 미리 점찍어 놓는다.

한화골프단은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는 ‘스토브리그’가 끝난 뒤 썰렁한 시장에서 선수 확보에 나선다. 스타급 선수와 유망주는 타 구단에서 모두 데려가 오갈 데 없는 선수만 남은 상황. 김 감독은 이 험한 상황(?)에서 ‘옥석(玉石)’을 찾는다. 좋은 선수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미디어에 단 한 번도 노출되지 않는 후진(?) 선수 다섯 명보다 스타급 한 명과 계약해 성과를 내는 것이 홍보 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김 감독 아니 한화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김 감독과 한화골프단 살림을 맡고 있는 정성우 차장은 “좋은 선수들을 데려다 성적을 내는 건 쉬운 일이지만 실력이 모자란 선수를 지원해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것이 우리 한화골프단 아니 한화그룹의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같이 한다.

주변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수군거린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유망주만 골라 구성하면 엘리트 골프가 된다. ‘엘리트군(群)’에서 제외되면 선수층이 얇아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결국 세계최고의 한국골프는 도태된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중 골프가 돼야 선수층이 단단해 지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것이 한화골프단의 생각이다.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은 기업이 골프대회를 개최하면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기업 홍보효과를 낸다. 그러나 한화그룹 같은 큰 기업이 골프대회를 개최하면 이익은 없고 위험부담만 가중된다. 조금만 잘못해도 골프대회가 아닌 그룹 전체가 언론에 집중 포화를 맞아 도리어 좋은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골프단이 국내최고의 대회와 더불어 국내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은 기업의 홍보효과를 배제하고 야구, 축구, 배구 등 타 종목에 비해 소외된 골프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책임감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단체 운동인 축구, 야구, 배구 등에서는 한 사람의 실력이 떨어져도 다른 사람이 뒤를 받쳐주면 된다. 하지만 골프는 철저한 개인운동으로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성적과 비례된다. 그러기 때문에 대다수의 스폰서는 성적을 내는 선수를 후원한다.

사실 2011년까지 한화골프단은 KLPGA투어 ‘간판스타’인 유소연을 후원했다. 우승트로피를 밥 먹듯 수집하는 유소연으로 인해 한화의 ‘기업로고’는 모든 미디어를 장식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골프단을 맡고 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성적을 내는 선수보다 성적이 나지 않는 선수를 지원 육성하는 것.

김 감독은 윗분(?)들을 설득해 선수단이 그룹 소유의 모든 골프장과 콘도를 연중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고 국내 최초로 ‘투어 트레이닝밴’을 제작해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체력훈련에 이용하고 있다. 또 선수들이 대회장에서도 체력훈련과 스포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투어밴을 운영하고 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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