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김지현/KLPGA제공

[골프포스트(경기도 여주)=최웅선 기자]“아저씨! 대회장에서 뵙기가 어렵네요. 골프 말고 다른 것도 담당 하세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제16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오랜 만에 만난 김지현(24 CJ오쇼핑)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자를 질책했다.

‘요즘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는 덕담에 김지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지금까지(올 시즌) 샷이 엉망이어서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족했던 샷의 기술적 부분들이 좋아져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 우승과는 인연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김지현과의 첫 만남의 기억이 불현 듯 떠올랐다.

▲ 김지현/KLPGA제공

2013년 11월 초 가을 날씨는 유난히 쌀쌀했다. 기자는 그해 11월 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ADT캡스 챔피언십 출전선수 인터뷰를 위해 일찌감치 대회장이 위치한 부산에 내려갔다. 대회가 열리는 주 월요일이라 선수들은 집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다.

당시 ‘슈퍼루키’였던 김효주(20 롯데)와 김지현(24 CJ오쇼핑)은 대회장에 내려와 오후 늦은 시간까지 퍼트 연습을 하고 있었다. 2010년 투어에 입성한 김지현은 정규투어의 높은 벽 때문에 매년 시드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효주 또한 전인지와 ‘박빙’의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당시 김지현의 ADT캡스 챔피언십 출전은 도박이었다. 상금랭킹 60위권에 있던 김지현은 이 대회 톱10진입에 성공하면 상금랭킹 50위까지 주는 시드를 받는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시드전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현은 시드전 준비대신 대회 출전을 택한 것. 결과는 상금랭킹 52위로 시드전에 가야 했다.

김지현은 좋은 스윙을 가졌다. 여기에 예쁜 얼굴에 체격 조건까지 좋아 KLPGA투어 ‘기대주’로서 손색이 없다. 대회 전 연습라운드에서도 좋은 스코어를 내 항상 기대감이 넘친다. 그러나 막상 대회에 나서면 스코어가 엉망일 때가 많다.

절치부심하던 김지현이 선택한 것은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김효주와 연습라운드 파트너로서 2년 동안 함께 하는 것. 연습라운드 멤버에는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정민(23 비씨카드)도 끼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김효주에게서 배우기 위함이다.

김효주는 “언니(김지현)와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실력도 좋고 성격도 좋은데 우승하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김지현을 높이 평가한다. 김효주의 말처럼 김지현이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우승하지 못하는 게 이상했지만 이유가 있었다. 맨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날 김지현은 연습을 하면서도 PGA투어 갤러리로 나섰던 일 등 기자에게 재잘재잘 댔다. 이전처럼 우승에 목을 매지도 성적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렇다고 만용도 아니었다. 예전의 김지현이 아닌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지현은 “생각을 바꾸었더니 모든 게 편해 졌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그냥 마음을 바꾸었어요”라고 답하면서 멋진 아이언샷을 날렸다. 스윙의 기술적 완성도가 지난날보다 더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또 한명의 스타탄생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을 하는 선수는 매 대회 1명이다. 그 중 몇 명의 선수는 한 시즌 동안 2~3승씩을 거둔다. KLPGA투어 시드권자 중 1%도 정도의 선수가 독식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그 1%에 들어가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년 365일 땀방울을 쏟아낸다.

김지현은 “반짝하는 선수보다 대기만성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남기고 연습장을 빠져 나갔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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