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초희/KLPGA제공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골프선수는 강한 집중력으로 매번 다른 상황에서 일관성 있는 샷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드를 유지할 수 있고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

10일 강원도 용평리조트 버치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첫날 ‘무명’ 김초희(23)가 보여준 경기력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올해로 투어 6년차지만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김초희는 매 대회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113번이나 출전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의 차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스스로 포기한 적은 없었다.

김초희는 이날도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10번홀에서 출발했다. 여섯 번째 홀(15번)에서 그는 한 번에 4타를 까먹는 ‘쿼트러플보기’를 쏟아냈다. 이어진 홀(16번)에서도 보기를 범해 두 홀에서만 5타를 잃었다. 전반 9홀 스코어는 41타다. 이정도면 김초희가 받았을 스트레스와 분노는 엄청났을 것이다.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골프 격언이 있지만 남은 9홀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았다.

운동선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쉽게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고 고귀한 삶을 포기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세상을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좌절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을 이겨내고 목표를 성취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인간승리의 진한 감동을 준다. 김초희가 그랬다.

김초희는 4번홀부터 9번홀까지 7타를 줄였다. 이글 1개와 버디가 5개다. 2번홀(파3)까지 버디까지 보태면 후반 9홀에서만 8타를 줄였다. 이는 2002년 우리투자증권에서 서진(36),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조윤지(24 하이원리조트)에 이어 세 번째 9홀 최소타 타이기록이다.

예선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생애 첫 우승을 노려 볼 수 있는 위치인 공동 9위(3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샷감이 살아난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기엔 역경(쿼트러플보기와 보기)을 딛고 일어서는 감동적인 경기를 펼쳤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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