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짝 선두에 올랐던 박세영/KLPGA제공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박세영(19 토니모리)은 철저한 무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11개 대회에 출전해 매번 1,2라운드가 끝나면 집으로 향해야 했다. 단 한 번도 컷 통과를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TV중계나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선수다. 기자 또한 박세영이란 선수를 이번에야 알았다.

그런 그가 3일 중국 산동성의 웨이하이 포인트 골프장(파72.814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첫날 경기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고 ‘깜짝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박세영은 올 시즌 평균타수(지난 3일 기준)는 76.22타로 전체 선수 중 110위다. 1라운드 당 평균 퍼트 또한 31.95개(홀당 1.77개)로 114위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그린적중률도 그렇고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 또한 최하위권이다. 평균 비거리도 233.13야드로 ‘짤순이’다.

박세영의 올 시즌 각종 기록을 보면 KLPGA투어 풀시드 선수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지옥의 레이스’에서 9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정규투어에 입성한 가능성이 무한한 선수다. 그런데 왜 단 한 번도 컷 통과를 하지 못했을까?

아직 투어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어에서 공만 잘 친다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어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부담감이다.

모든 선수가 연습라운드에서 스코어가 꽤 잘 나온다. 반면 실제 상황에서는 스코어가 형편없다. 더 잘 치려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실수가 나온다. 또 실수를 만회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더 큰 악재가 나온다. 현실이다. 시드권 선수들의 연습라운드 스코어만 보면 모두가 우승 후보다.

박세영은 “코스전장이 짧아 드라이버만 정확하게 치면 스코어를 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오늘 왠지 자신 있었다”는 첫날 경기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박세영보다 티샷을 더 정확하게 치는 선수가 그의 앞에 69명이나 더 있었고 그린적중률이 더 높은 선수도 91명이나 앞에 있었다. 그런데도 박세영이 잘 칠 수 있었던 것은 심리적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성적이 나쁜 이유에 대해 박세영은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KLPGA투어 풀시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가 공을 잘 치는 특별한 선수들이다. 다시 말하면 모두가 우승 후보인 셈이다. 그런데 그들이 나쁜 성적을 내는 이유는 스윙의 기술적 결함보다는 자신감 결여가 더 크다.

박세영은 2라운드에서 3타를 잃었다. 최종라운드에서는 4타를 더 잃었다. 말 그대로 첫날 ‘깜짝 선두’였다. 하지만 실력 없이는 7언더파 65타는 절대 칠 수 없는 스코어다. 부담감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을 쌓으면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는 박세영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해당된다. 그들은 세계 3대 투어인 KLPGA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