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2연패 후 캐디와 함께 기념촬영하는 신지애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미국LPGA투어 한국인 최초 상금왕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를 질주했던 신지애는 2013년 시즌이 끝나갈 무렵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주니어시절을 거쳐 2006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첫 해 시즌 3승을 거우면서 대상과 함께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을 2008년까지 독식했다. 신지애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8년 신지애는 바빴다. 일본과 미국까지 날아다니며 우승트로피를 수집했다. LPGA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비회원 신분으로 LPGA투어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통산 3승을 접수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만 수집한 우승트로피가 9개였다.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신지애의 체력은 고갈되고 있었다. 2008년 한 해만 전 세계를 누비며 36개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쉴 틈이 없었다. 2009년 본격적으로 LPGA투어에 진출한 신지애는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소화했다. 피로는 점점 누적됐다. 최종라운드에서 체력고갈로 집중력이 흐려지면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표가 있었다. 세계 최초 3대 투어 상금왕 등극이다. 그러나 여론은 뭇매를 가하며 혹독하게 대했다. 슬럼프에 의한 도피성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꼭 1년 전인 이맘때 신지애는 JLPGA투어 니치레이 레이디스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다. 그리고 지난 21일 일본 지바현 지바시의 소데가우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니치레이 레이디스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5월 사이버 에이전트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이어 시즌 2승째다. 상금랭킹도 3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다짐처럼 세계 최초 3대 투어 상금왕 등극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지애는 체력관리를 잘못해 슬럼프가 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아이언 맨’이 아닌 이상 미국과 일본을 소화하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또 잘 나가던 신지애의 갑작스런 슬럼프는 ‘체력고갈’이라는 것도 동의한다.

▲ 지난 1월 태국 전지훈련에서 신지애, 기자, 김효주

지난 1월 기자는 태국 카빈부리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신지애를 만났다. 그곳에는 김효주도 있었다. 그는 스윙코치 대신에 웨이트트레이너와 함께였다. 아침·저녁 트레이너와 함께 체력훈련을 했다.

신지애는 LPGA투어 데뷔를 앞두고 있는 김효주에게 “LPGA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을 빗댄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신지애는 “세계 최초 3대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 올 시즌 목표”라고 답했다.

기자는 “LPGA투어 커리어그랜드슬램은 포기 했나”라고 물었다. 그는 “그랜드슬램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우선 일본투어 상금왕에 오른 다음 시간을 갖고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LPGA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여론의 질타는 매서웠다. 하지만 신지애는 더 높은 곳을 향한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일본투어를 선택한 것이다. 지금 신지애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지애가 더 늦기 전에 세계 최초 3대 투어 상금왕 등극을 이룬 뒤 LPGA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길 바란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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