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게임을 연중 중인 전지훈련생들

[골프포스트(태국 카오야이)=최웅선 기자]태국 중부도시 카오야이의 보난자 리조트 카오야이 골프클럽.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5시면 숙소의 전등불이 하나 둘 어둠을 밝힌다. 허둥지둥 이른 아침을 먹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면 그제야 동쪽 하늘에서 태양이 고개를 쳐든다. 한국남녀골프의 ‘차세대 스타’를 꿈꾸는 주니어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한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열악한 골프 환경 때문인지 오전 18홀 라운드를 하고 점식 식사 후에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죽어라 볼을 때렸다. 간혹 필드 경험이 부족하다며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서 36홀을 도는 강행군도 흔했다. 그래서 그런지 2개월여의 전지훈련이 끝나면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녹초가 되는 주니어들도 많았다. 해외투어에서 한국남녀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코리안 브라더스’와 ‘태극낭자군단’도 이런 ‘지옥훈련(?)’의 과정을 모두 거쳤다.

최근 들어 골프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지훈련캠프에 웨이트 트레이너가 동반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또 라운드는 일주일에 3~4회로 줄이고 쇼트게임에 치중한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스케줄에 따라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

예전엔 일부 몰지각한 코치들이 환락가와 근접한 골프장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가 하루 일과가 끝나면 학생들을 숙소에 놔두고 ‘음주가무’를 즐겨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 폰이 보급되면서 변화는 가속화 됐다. 또 학부모들이 코치에게 자식을 맡겼다면 지금은 관리형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이 발달해 매일 SNS 등으로 확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기자라는 특성상 시즌이 끝나면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난 프로골퍼들을 찾아 그들의 캠프를 찾는다. 그들이 전지훈련기간 동안 어떻게 훈련을 하며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취재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훈련과정이 상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연습라운드 스코어카드를 보면 점수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성적에 분명한 차이가 생긴다. 톱클래스 선수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쇼트게임에 치중하는 반면 무명선수들은 라운드와 연습볼 때리기에 집중한다. 스윙기술이 완벽한 선수라도 매번 그린에 볼을 레귤러 온 시킬 수 없다. 그래서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했을 때 쇼트게임으로 파 또는 버디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톱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부회장을 역임한 코리아 골프아카데미 김학서 원장은 “겨울전지훈련에서 완벽한 스윙을 만들어 오길 기대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스윙교정은 장기간에 걸쳐 해야 하고 전지훈련에서는 실수가 나왔을 때 이를 막아주는 능력, 즉 쇼트게임 향상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아카데미에 입학 시킬 때 훈련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피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완벽한 스윙을 구사하지 못한다. 언제든 실수가 나온다. 이 때 이를 만회할 쇼트게임이 뒷받침 돼야 한다. 대회에서도 쇼트게임이 좋은 선수들이 우승한다. 스윙의 기술적 결함을 보안해 줄 능력이 쇼트게임이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도 겨울철 해외 골프투어를 나가면 하루 36홀을 도는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기 보다는 18홀 라운드 후 쇼트게임과 퍼트 등을 연습하는 것이 골프게임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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