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선수를 꿈꾸는 서태석

[골프포스트(태국 카오야이)=최웅선 기자]“타이거 우즈가 3살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요. 저도 3살 때 골프를 시작했으니까 타이거 우즈처럼 될 수 있어요”

오전 라운드가 끝나고 벙커샷 연습 삼매경에 빠진 (서)태석이를 부르자 힐끔 쳐다보더니 대꾸도 않고 모래를 강하게 내려친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또 다시 모래를 내려친다. 이번엔 샷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는다.

(서)태석이는 ‘황금 돼지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7년 3월 3일 생이다. 태석이가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3살 때인 2010년 3월이다. 여덟 살 태석이는 기자에게 타이거 우즈보다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여덟 살 아이의 순수한 모습이지만 골프만큼은 ‘톱클래스’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태석이는 태국 카오야이의 명문 골프장인 보난자 리조트 카오야이 골프클럽으로 생애 첫 동계전지훈련을 엄마와 함께 왔다. 80여명의 전지훈련생 중 가장 어리다. 기자에게 “타이거 우즈와 (로리)매킬로이 중 누가 더 (우승)트로피를 더 많이 받았어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자신의 궁금증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한 태석이는 “타이거 우즈처럼 되기 위해 골프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 트레이너와 웨이트트레이닝 전 스트레칭을 하는 서태석

기자와 골프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던 태석이는 몇 시냐고 묻더니 샷 연습을 해야 한다며 골프백을 챙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얘기하자고 졸랐더니 안 된다며 총총걸음으로 드라이빙레인지로 향했다. 태석이와 첫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여니 태석이다. 대뜸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혹했지만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줬다.

아침을 먹고 날이 밝자 숙소 앞에 있는 연습그린에서 형과 누나들 틈에 끼어 쇼트게임을 연습하고 있다. 두 시간을 넘게 꿈쩍도 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태석이와 잠깐 얘기 할 수 있었다. 태석이는 “전지훈련 목표가 꾸준히 80대를 치는 건데요. 이번에 훈련 와서 베스트인 90개를 쳤어요”라며 “드라이버 샷은 150미터를 나가는데 조금 더 크면 더 멀리 나갈 수 있어요”라고 또박 또박 말한다. 이어 “형들과 누나들하고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내기도 하는 걸요”라고 자랑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태석이는 “힘들지만 타이거 우즈처럼 되려면 참고 해야죠”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답한다. 또 “웨이트트레이닝 중 화요일에 하는 보충 헬스가 가장 빡세다”고 불만도 토로 한다. “아저씨는 언제 첫 버디를 했어요”라고 갑작스런 질문을 한다. 그러면서 “저는 6살 때 파3에서 처음 버디를 했어요”라며 “시합에 나가면 버디를 더 많이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태석이는 방학이 끝나면 초등연맹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들떠 있다. 대회에 나가 꼭 트로피(우승)를 받고 싶어 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스스로의 목표도 세웠다. 먼저 초등학교 5학년 때 상비군이 되고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에 선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무 살에 투어 선수가 되겠다는 야무진 각오다. 말문이 터지자 계속해서 조잘대는 태석이는 골프를 빼고는 여덟 살의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태석이 엄마 전현옥(38) 씨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처럼 자라는 걸 보고 싶은데 골프를 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면서도 “태석이가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다”고 한다. 이어 “아이가 골프만 잘 치는 것이 아닌 인성이 갖춰진 선수로 커나갔으면 좋겠다. 나 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부모로서의 간절한 바람도 말했다.

태석이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건 돌잔치에서다. 그 때부터 태석이는 장난감으로 골프채를 갖고 놀았다. 생후 16개월이 지났을 때 골프를 좋아하는 아빠(서정만 53) 때문에 골프장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뗀 태석이는 여행기간 동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그린으로 가 아빠의 퍼터를 갖고 2~3시간씩 혼자 놀았다.

3살이 되던 2010년 3월 부친 서 씨는 아이의 재능을 보고 실내 연습장을 찾아 골프선수의 길로 인도했다. 그 때부터 엄마(전현옥 38)와 함께 연습장을 찾았고 주말이면 아빠와 함께 필드를 나갔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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