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티시오픈 첫날 영국 갤러리들의 휴대폰 소음으로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어야 했던 타이거 우즈.

 
[골프포스트 | 이강래기자]‘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브리티시오픈 첫날 경기를 치르다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어야 했다. 수시로 울리는 휴대폰의 셔터 소리 때문이었다. 우즈는 18번 홀에선 티샷을 하려다가 두 번이나 어드레스를 풀고 갤러리들을 노려봐야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갤러리를 향해 “작작 좀 하시지!”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우즈는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날릴 때도 두 차례나 어드레스를 풀어야 했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휴대폰 벨소리와 셔터소리 때문이었다. 우즈는 1라운드를 마친 후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갤러리가 휴대전화 셔터소리를 무음으로 해놓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를 취재하는 전문 사진기자들도 조금 이른 타이밍에 셔터를 눌러 경기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우즈는 이어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할 때 갤러리들의 소음으로 지장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그저 내 경기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골프협회(R&A)는 2012년 브리티시오픈부터 대회장 안에서 갤러리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다. 심지어 무료 무선 인터넷까지 설치해 갤러리들이 자유롭게 대회장 안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우즈 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휴대폰 소음으로 집중력에 방해를 받아야 했다. 영국골프협회 관계자는 “처음 브리티시오픈을 관전하는 갤러리들이 많아 자주 휴대폰 소음이 발생했다”며 “대회장에선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꿔 놓아야 하고 사진촬영을 할 수 없다고 알리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골프 종주국인 영국에서 열리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디 오픈에서 벌어진 장면이라 황당하다. 그동안 한국에서 열린 골프대회에 초청료를 받고 출전했던 많은 외국의 유명 선수들이 한국 갤러리들에게 시니컬하게 반응했던 모습들이 오버랩된다. 98년 한양CC에서 열린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팅 그라운드에서 소음을 발생시킨 한국 갤러리를 아이언으로 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요즘 한국의 갤러리들은 정숙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관전한다. 아직도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일부 몰지각한 갤러리가 있지만 우즈가 와도 만족할 만한 갤러리 관전문화가 빠른 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갤러리 수준은 최소한 우즈의 불평을 산 영국의 갤러리 보다는 낫다고 말할 수 있다. 내년 10월 한국에선 미국과 세계연합팀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 프레지던츠컵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우즈가 한국의 갤러리 관전문화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강래 골프전문기자  altim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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