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하 한국경제 제57회 KPGA선수권대회 최종일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를 찾은 갤러리들.

[골프포스트｜최웅선 기자]야마하 한국경제 제57회 KPGA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말을 맞아 대회장인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를 찾은 갤러리 숫자는 1만여명에 달했다. 협회 내부의 파벌싸움으로 골프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남자 투어가 모처럼 팬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 것이다.

코리안투어의 약점은 스타 부재다.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빈약하다 보니 잘 치는 선수들은 미국이나 일본무대로 떠났다.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해외무대로 진출해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프로골프투어(KGT)는 대회일정부터 고심해야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일정이 빡빡한 미국PGA투어 대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의 빈 스케줄에 맞춰 대회 일정을 짜 ‘일본파’ 선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일본파 선수들 또한 코리안투어를 살리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가족과 달콤한 휴식을 미룬 채 대회 출전을 선택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빡빡한 스케줄 탓에 시즌 내내 가장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족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협회 집행부는 대회장 안에 ‘패밀리 룸’이란 쉼터를 마련해 선수 가족을 배려하는 섬세함을 보였다.

이번 KPGA선수권은 지난 해에 비해 상금을 두배로 늘렸다. 유러피언투어나 원아시아투어(아시안투어 포함)와 공동주관한 대회의 경우 코오롱 한국오픈이나 신한동해오픈 등 총상금이 10억원에 달하는 대회는 여러 개 있지만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단일 주관 대회로 총상금 10억원짜리는 이번 대회 뿐이었다.

상금 증액을 결정한 협회 집행부는 그러나 대회를 한 달 남겨둔 시점까지 후원하겠다는 기업이 없어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재정이 바닥난 KGT가 협회 돈으로 상금을 마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야마하와 한국경제라는 타이틀 스폰서가 생겼다. 코리안투어의 간판 대회답게 대회장도 접근성이 좋은 하늘코스가 선정됐다. 이후 모든 게 순조로운 듯 했다.

대회 관계자들은 흥행을 위한 기본적인 부분들을 준비했기에 내심 많은 갤러리가 입장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최고급 자동차 등 푸짐한 갤러리 경품까지 내걸었지만 1, 2라운드는 다른 대회와 똑같이 텅빈 대회장에서 그들만의 경기를 치렀다. 여자 투어에 비해 인기 면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남자 투어의 한계가 다시 드러나는 듯 했다.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흥행 참패가 예상됐다.

▲ 야마하 한국경제 제57회 KPGA선수권대회를 찾은 갤러리들은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화끈한 플레이에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무빙데이’인 3라운드가 열린 지난 12일 갤러리 주차장에 자동차가 한 대 두 대 들어오더니 이내 만차가 됐다. 최종라운드에서는 코스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구름 갤러리가 들어찼다. 가족 단위로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화끈한 플레이에 탄성을 자아냈다.

여자 투어인 KLPGA투어가 한국골프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 개 대회를 빼면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는 소수다. 골프팬 대부분이 TV로 골프를 시청한다. 방송사의 시청률 데이터를 참고하면 남자와 여자대회의 시청률은 별 차이가 없다. 코리안투어가 총상금 3억짜리의 작은 대회라도 자주 열릴 수 있다면 부활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새는 한 쪽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지 못한다. 반드시 양쪽 날개를 펴야 한다. 국내 프로골프투어가 KLPGA에 집중되어 한쪽 날개짓이 계속된다면 한국 골프와 산업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야마하 한국경제 KPGA선수권대회는 코리안투어의 부활 가능성을 엿본 나흘간의 시간이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