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1채리티 오픈 대회에 한승지의 캐디로 나선 한화골프단 김상균 감독.

지난 1일 끝난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공동 16위를 차지한 한승지(21.한화)가 대회 종료후 기쁨에 들 떠 한 얘기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매 대회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에 비하면 자랑할 성적도 아니다. 하지만 스윙이 망가진 상황에서 만들어 낸 성적이라 개인적으론 우승 만큼이나 값진 결과다. 더구나 자신을 위해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캐디로 나선 한화 골프단 김상균(43) 감독을 생각해서도 그렇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골프는 종목의 특성상 감독은 선수단을 관리만 할 뿐 스윙을 직접 지도하지는 않는다. 한화 골프단 소속 선수 22명 모두 각자 스윙 코치가 있다. 하지만 매 대회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세밀하게 지켜 보는 감독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때론 긴급 처방을 내릴 때가 있다.

작년 KLPGA투어 상금랭킹 32위를 기록했던 투어 3년차 한승지는 지난 겨울 미국 전지훈련 때만 해도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였다.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도 23위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스윙 코치를 바꾸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컷 탈락이 이어졌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한승지는 곧장 한화골프단 메인 캠프인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클럽으로 들어가 샷 다듬기에 나섰다. 하지만 망가진 스윙은 쉽게 되돌아오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김 감독이 직접 나섰다.

E1 채리티 오픈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뿐.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엉킨 스윙의 실타래를 풀어 나갔다. 그리고 대회장에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 직접 캐디로 나섰다. 첫날 성적은 이븐파로 공동 42위였다. 둘째 날 1오버파를 쳤지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E1 채리티 오픈에 출전한 한화 골프단 소속 선수 9명중 한승지를 뺀 나머지 선수 모두가 컷 탈락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김 감독은 공략 지점을 찍어주고 클럽을 선택해 줬다. 여느 캐디와 다를 바 없는 역할이었지만 선수의 믿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바람과 핀 위치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파 세이브를 할 곳은 파를 적어냈고 버디 기회를 만들면 홀에 떨어뜨렸다. 그린에 올라가면 김 감독은 절대 나서지 않았다. 한승지의 퍼트 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와 감독 모두의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선을 치르는 동안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밝았고 호흡도 척척 맞아 떨어졌다.

김 감독과 한승지는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로 4타를 줄이는 찰떡궁합을 뽐냈다. 그 결과 순위도 25계단이나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감독과 선수가 함께 만들어 낸 시즌 최고 성적에 한승지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당장의 성적 보다는 장기적인 선수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한화 골프단의 성공 투쟁기가 KLPGA투어를 살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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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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