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세인트나인과 후원계약을 체결하고 도약을 다짐하는 정혜원.

[스포츠서울닷컴 | 최웅선 객원기자]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고 골프가 너무 좋아 선수가 되기로 했다. KLPGA투어 선수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정혜원(24.넥센 세인트나인)도 그렇게 골프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벌써 투어 6년차다.

주니어시절 중고연맹 대회에서 활약하던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 최운정(24.볼빅), 허윤경(24.SBI), 최혜용(24.LIG) 등이 미국L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스타로 자리매김 했지만 정혜원은 최고 성적이 2011년 KB금융 STAR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5위로 존재감 조차 심어주지 못했다.

프로데뷔 때 만해도 ‘유망주’란 이름으로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니어시절 용인대 총장배 우승이 전부였지만 열여덟 살 프로 전향과 동시에 세미 프로와 정회원, 그리고 시드전까지 단 한 번에 통과할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소연, 최혜용 등 골프천재들의 그늘에 가려 늘 음지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혜원은 “(유)소연이나 (허)윤경이, (최)혜용이를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다. 친구들처럼 되려고 하루 종일 연습만 했고 더 잘 치려고 스윙도 자주 바꿨다”며 “골프채를 잡고 단 한 번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아 후회는 없다”고 했다. 연습 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골프채를 휘둘렀다. 하지만 지나친 의욕이 치명적 부상으로 이어졌다. 허리뼈가 부서진 것이다.

담당 의사는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수술로 허리의 뼈 조각을 제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정혜원은 수술을 거부했다. 그리고 첨단 의학의 도움을 받아 시술로 뼈 조각을 제거했다. 하지만 선수생활은 보장할 수 없었다. 승부욕이 강한 정혜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뼈를 깎는 고통이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에 스며들었지만 ‘꿈이 있는 자에게 희망이 있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실낱같은 재활에 도전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잡고 첫 볼을 쳤을 때 너무 잘 맞은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는 정혜원은 올 시즌 시드전 64위로 KLPGA투어 출전권을 받아 2부 투어와 병행하고 있다. 조건부 시드라 올 시즌 3개 대회에 출전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본선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지만 그는 “성적은 보잘 것 없지만 언젠가는 우승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단 1초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원은 오는 30일부터 경기도 이천의 휘닉스 스프링스 골프클럽에서 사흘간 열리는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 출전한다. 올 시즌 네 번째 대회 출전인 정혜원은 “대회코스에 맞게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출전 소감을 밝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던가. 정혜원이라는 한떨기 꽃이 필드에서 활짝 봉우리를 펼칠 날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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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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