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을 배려하는 매너와 에티켓은 모두의 골프를 즐겁게 한다.

[스포츠서울닷컴 |최웅선 객원기자]골프는 실력 차이가 나도 핸디캡이 있어 동등한 조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흔히들 골프를 잘 치려면 시간, 돈, 건강, 노력이 필수라고 한다. 공감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외국과 달리 1인 플레이가 허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플레이를 함께 할 동반자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잘 맞은 티샷이 핀을 공략하기 적절한 지점에 떨어졌다. 내심 버디를 생각하고 가 보니 공이 ‘디보트’ 안에 있다. 수리가 되지 않은 디보트의 샷은 잘 맞아도 파 세이브를 하기 힘들다. 누군가 샷을 하고 그냥 가버린 탓에 모처럼 만의 좋은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디보트 수리는 캐디의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4인 1캐디의 시스템에서는 캐디가 모든 것을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럴 때 골퍼 자신이 뜯겨진 잔디를 주어다 메운다면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분노(?)’를 다음의 누군가는 겪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머릿 속에서 스윙 이미지를 상상하며 빈 스윙을 하는 골퍼는 멋져 보인다. 그러나 상상에 몰두한 나머지 잔디를 열심히 파헤치는 골퍼는 캐디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또한 동반자에게 나쁜 인상을 남겨 라운드 기피 인물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공중에서 떨어진 볼은 그린에 충격을 주어 ‘피치 마크(pitch mark)’를 남긴다. 이럴 경우 보수를 해 줘야 하는데 당연한 듯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이런 ‘류(類)’의 골퍼는 자신의 퍼트라인에 수리되지 않은 피치 마크가 있을 경우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린에서 흔히 하는 실수 중 ‘홀인’한 볼을 집어 올릴 때다. 동반자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게 조심해서 돌아가지만 막상 볼을 집어 올릴 때 동반자의 퍼트라인 연장선상을 밟는 경우가 허다하다. 퍼팅한 볼이 홀을 지나칠 것을 가정해 연장선상 1m까지는 밟지 않는 것이 그린에서의 ‘매너와 에티켓’이다.

그린에서 버디나 파 퍼트가 홀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갈 때 몸을 비트는 골퍼가 의외로 많다. 몸을 비트는 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발바닥까지 비틀 경우 밟고 있는 잔디가 짓이겨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린에서 걸을 때도 신발이 끌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피치마크와 달리 스파이크로 생긴 상처는 보수를 해도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퍼트를 하다 보면 홀을 향해 잘 굴러가던 볼이 방향을 바꾸어 엉뚱한 데로 가거나 홀 주변에서 컵으로 향하던 볼이 살짝 튀며 홀을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상처 때문이다. 방심하면 동반자가 피해를 입고 타인에 의해 내가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골프의 매너와 에티켓을 자신에게 엄격하게 적용하는 골퍼가 좋은 동반자가 된다. 또 내 스스로 엄격하게 적용하는 매너와 에티켓은 동반자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골퍼를 너그럽게 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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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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