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투어가 올 해부터 2부제 티오프를 실시한다. 사진은 지난 해 ADT캡스 챔피언십의 우승 세리머니 장면.

[골프포스트=이강래기자]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이하 KLPGA)가 올 해부터 2부제 티오프를 도입한다. 투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시도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투어에선 이 제도를 시행한 지 오래다. 그들 역시 시행착오 끝에 오늘의 제도를 정착시켰다.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2부제로 티오프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대기 시간이 줄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던 경기시간 지연이 개선된다. 그리고 모든 선수가 번갈아 1, 2라운드를 치러 공정성이 확보된다. 출전선수도 108명에서 120명으로 늘어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간다. 또 하나. 첫날 오전 조로 경기한 선수는 다음 날엔 오후 조에 편성되기 때문에 느긋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고 선수층도 두터워질 것이다.

KLPGA는 지난 해까지 대회당 108명의 선수가 3인 1조로 인-아웃 동시 티오프를 했다. 10분 간격으로 출발했지만 9홀 경기가 끝나면 정체 현상이 생겨 평균 4시간 30분이면 끝날 경기가 길게는 6~7시간 걸렸다. 하지만 2부 티오프가 실시되면 오전반 선수들이 9홀 경기를 끝내고 인-아웃으로 모두 넘어간 뒤 약 3시간 가량 뒤에 오후반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돼 정체 현상이 해소될 전망이다.

KLPGA는 또한 2부제 티오프의 효과를 높이기 슬로 플레이에 대한 제재를 엄격하게 적용키로 했다. 규정 시간을 어기는 선수에 대해 1차 경고와 벌금, 2차 벌타와 벌금, 3차 실격 및 벌금, 그리고 다음 대회 출전 정지 등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 진다면 KLPGA투어는 보다 스피디한 투어로 변모할 것이다.

문제는 1라운드가 끝난 후 조편성이다. 2부 티오프제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사흘 경기 든 나흘 경기든 1, 2라운드 때 모든 선수가 공정하게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번갈아 티오프해야 한다. 하지만 협회는 지난 19일 열린 투어 프로 세미나에서 1라운드 종료후 성적순에 의한 조편성 방침을 알렸다. 협회는 또한 지난 24일 열린 스폰서 설명회에서도 “조편성 문제는 스폰서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협회가 의욕적으로 2부 티오프제를 도입했다면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조편성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적에 따른 조편성이 아닌, 오전반과 오후반 교차 편성이다. 대다수 선수들은 공정성 확보를 원한다. 출발시간이 이르면 이슬이 내린 상태에서 경기해야 한다. 반대로 오후에 출발하면 스파이크 자국으로 어지러워진 그린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스코어에 영향을 미칠 바람은 계절에 따라 오전과 오후의 세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는 복불복(福不福)이다. 모두가 공평하게 장점과 단점을 나눠야 한다는 게 선수들의 주장이다.

성적순에 의한 조편성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잘 치는 선수들 위주로 중계가 되기 때문에 화면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KLPGA투어 시드권자 137명중 73.7%인 101명이 메인 스폰서를 갖고 있다. 선수 입장에선 몸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에 상위 랭커가 아닌 선수들은 성적순에 의한 조편성을 꺼릴 수 밖에 없다.

협회에서 성적순에 의한 조편성을 원하는 건 흥행 때문이다. 인기있는 선수들이 중계 화면에 잡혀야 시청률도 좋게 나오고 스폰서도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KLPGA투어 주관 방송사로 선정된 SBS골프는 매 라운드 15개 홀을 커버하기로 했다. 중계 시간도 5시간이나 된다. 이런 방대한 스케일의 중계라면 굳이 성적순으로 조편성을 하지 않아도 주요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충분히 잡힐 수 있다. 그리고 투어를 살찌울 다양성의 측면에선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KLPGA투어의 선수층이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선수층이 두텁다면 이런 딜레마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KLPGA투어가 성장을 계속하는 한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강래 골프전문기자  altim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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