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인터뷰하는 김민휘(21)

[최웅선 기자]"실력이 부족했어요." 한국남자골프의 '기대주' 김민휘(21)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스쿨 탈락을 이 같이 정의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고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2013년 PGA투어 Q스쿨 1차전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 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는 1차전 1위, 2차전 2위로 통과하며 주니어시절부터 동경해온 PGA투어 입성을 이루는 듯 했다. 그러나 파이널 6라운드 경기 중 잔여 3라운드에서 컨디션 난조로 발목이 잡혔다.

"지난 시즌 내내 샷 컨디션이 좋았고, 코스와 궁합도 잘 맞아 자신 있었는데 아쉽네요."라고 말하는 김민휘의 얼굴엔 실패의 쓴 맛 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변명인 것 같지만 경험부족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1년 동안 4라운드 18번홀 티샷도 첫날 1번홀 티샷과 똑같은 체력을 만들었어요. 샷감, 컨디션 등 모든 게 최상이라 파이널 3라운드를 18언더파 단독선두로 마쳤지만 스윙 때 하체가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아 저녁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어요."

김민휘는 프로 데뷔 첫해부터 대회 전후 고강도의 체력훈련을 했다. 대회 내내 안정적인 체력을 유지한 그는 2012시즌엔 대회 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라운드가 끝나면 평소와 다름없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생애 첫 우승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체력운동의 달콤한 맛을 아는 김민휘는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 3라운드가 끝나자 집중적으로 하체운동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화를 불렀다.

"평소와 똑같이 상•하체를 같이 해 주었으면 괜찮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묻으며 "하체만 했더니 스윙 때 상체와 하체의 밸런스가 깨졌어요. 예전까지는 4라운드 대회에 맞춰 체력운동을 했는데 Q스쿨은 6라운드였고 PGA투어를 꿈꾸면서도 그걸 간과했던 제 자신이 실력이 부족한 거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최경주, 양용은 프로님이 후배들을 위해 PGA투어를 개척한 것 처럼 저도 PGA 2부 투어(웹닷컴투어)를 거쳐 올라가 정상을 차지해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싶어요."라고도 한다.

▲ 김민휘(21)

다른 길이 있지만 '웹닷컴투어'로 직행하는 힘든 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 "JGTO나 아시안투어를 뛰면서 초청선수로 출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PGA투어 경험 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힘들다고 봅니다. 그럴 바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PGA투어에 입성했을 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골퍼 사이에서 김민휘는 '독종' 또는 '무모한 놈'이라고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 전 샷 점검을 통해 그날 전략을 짜는 선수들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구질이 나오지 않으면 대회 중에도 스윙을 교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프로들은 '될성싶은 떡잎'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니어시절 김민휘를 지도했던 이범주 프로는 "잘못된 스윙자세를 지적하면 교정될 때까지 몇 칠이고 그것만 매달려요. 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집에 가서 밤 12시가 넘어 전화를 해 물어보곤 하죠. 한 마디로 집중력과 의지가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선수였죠."라고 한다.

지난해 우승자 반열에 올랐지만 웹닷컴투어 진출로 올 시즌 스폰서 없이 힘든 미국 생활을 하게 된 김민휘는 실패를 디딤돌 삼아 더 강해졌다. 그는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PGA투어 소니오픈 '먼데이 예선'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한다. 예선을 통과하면 주니어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PGA투어에 첫 발을 디디게 된다.

미국 행 비행기에 오르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그는 "PGA 2부 투어는 한국 TV중계가 되지 않아 골프팬 여러분들을 찾아 뵙기 어렵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저를 잊지 마시고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라며, "언젠가는 타이거 우즈와 같은 선수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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