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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앤캐시 배구단 김호철 감독의 아들 김준 프로 | ||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이탈리아에서 그가 사랑 받는 이유는 골프다. 아버지 김 감독과 배구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임경숙씨의 유전자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만능스포츠맨으로 특히 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가 골프선수로 나선 건 우연이었다.
김준은 이태리 프로배구 최고용병이었던 아버지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었다. "아버지가 몇 일에 한 번 집에 쉬러 오시면 어김없이 라운드를 하셨어요. 아버지와 잠시라도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저도 골프를 하게 됐죠." 열 살 김준은 그렇게 골프와 첫 인연을 맺었다.
4언더파 68타 베스트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골프광'이었던 아버지와 라운드를 하며 자연스레 골프를 접한 그는 라운드 횟수가 잦아지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축구와 배구를 즐기는 시간은 줄었다. 재미 삼아 출전한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열네 살에 이탈리아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어 '골프신동'으로 스포츠신문 1면 '톱'을 장식했다.
체계적인 연습을 시작하고 승승장구하던 그는 열 여섯에 지난 12월 열린 아시아•유럽대륙 골프대항전인 '로얄트로피'에 유럽 대표로 출전한 에도아르도 몰리나리,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형제와 함께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이탈리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이탈리아 골프의 '희망'으로 떠오른 그는 '에이스'로 활약하며 혜성처럼 나타난 '골프신동' 마테오 마나세로(20)와 세계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했지만 그들과 달리 프로골퍼를 꿈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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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장을 찾아 김호철 감독을 응원하는 김준과 어머니 임경숙씨 | ||
고등학교 2학년 무렵 김준은 방과 후 취미였던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세계 무대 도전에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 PGA와 유러피언투어를 진출을 위해 외국어 대학인 '유니버시타 디 파도바(universita di padova)'에 입학, 2년 만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능력을 갖췄다.
프로로 전향한 그는 지난해까지 유럽 알프스(Alps)투어에서 경험을 쌓았고, 올 해부터는 유러피언 챌린지투어(2부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한국 골퍼에게 생소한 챌린지투어는 전 세계랭킹 1위 마틴 카이머(독일) 등 PGA투어, 유러피언투어 등의 스타들이 거쳐간 무대다.
"로리 매킬로이, 마테오 마나세로 등 나 보다 어린 선수들이 세계 최고 기량을 뽐내 늦었다 생각할 수 있지만 타이거 우즈나 다른 스타들을 보면 35세까지 성장했어요. 성급하게 큰 무대에 뛰어들어 실패하는 것 보다 바닥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아 '대기만성'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김준은 말한다.
김준은 아버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니어 때인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 초청 받아 출전했는데 아버지 때문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어요. 부담감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프로로 전향한 만큼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 한국을 알리고 김호철 감독의 아들'이 아닌 김준으로 서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는 한국친구 없이 이태리에서 혼자 외로운 골퍼로 생활을 했지만 한국선수들이 출전하는 유러피언투어 대회장을 찾아 응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2011년까지 유럽 무대를 뛴 노승렬(22.타이틀리스트)을 좋아해 노승렬과 함께 PGA투어에서 경기를 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올 시즌 챌린지투어 상금랭킹 30위 안에 들어 유러피언투어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본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 '꿈의 무대'인 PGA투어 입성을 노리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올 때는 유러피언투어 김준으로 오겠습니다."라며, 아버지와 두 달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5일 오전 어머니와 함께 올 시즌 준비를 위해 이탈리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싫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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