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윤경(22.현대스위스)

[최웅선 기자]"잘 했는데 2등을 한 적도 있고, 내가 실수해 2등을 한적도 있다. 그 때는 속이 상했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매 시합이 나한테 뜻 깊고 배움의 시간이었다."는 허윤경(22.현대스위스)은 올 시즌 우승 없이 준우승 4번의 아쉬움을 고백했다. 이어 "상금왕 보다 첫 승이 더 절실하다. 우승을 한 뒤 다른 목표를 세울 것"이라며, "마음 속에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데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채워 넣어 내년에는 더 좋은 플레이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2013년 시즌 각오를 밝혔다.

KLPGA투어 시즌 막바지까지 상금왕 경쟁을 벌이던 그는 부산에서 열린 서울경제여자오픈 1라운드 경기 중 왼쪽 무릎부상으로 기권하며 생애 첫 상금왕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너무 속상해 펑펑 울었어요. 그 시합을 했으면 상금왕은 못해도 평균타수 1위라도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승을 하고 성적이 없는 것 보다는 꾸준히 2등할 한 것도 만족해요."라며, 활짝 웃는다.

그러면서 "사실 통증은 있었지만 큰 부상이 아니라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부상이 악화되면 다음 대회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포기했죠." 아쉽지만 좋은 결정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허윤경은 화려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소심한 것도 아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소박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는 경기가 안 풀려도 조바심 내지 않고 흐름을 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한 두 개가 떨어지면 경기를 주도하는 전략가다. "처음부터 공격적인 스타일은 아니고 코스에 따라 매 홀 다른 전략을 짜요. 예를 들어 어떤 홀에서는 보기만 피하려고 하고 어떤 홀에서는 공격적으로 나가 버디를 노려요. 하지만 버디가 나오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요."

▲ 허윤경과 캐디 윤슬기(32)

그의 말처럼 허윤경은 기다릴 줄 아는 골퍼지만 "많은 갤러리 분들이 지켜 보는데 정말 큰 실수를 했을 때 웃어 넘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인상을 쓰는 것은 더 안되죠. 그 순간을 잘 넘기려고 하지만 얼굴에 묻어나는 아쉬운 표정은 숨길 수가 없네요"라고 한다.

2009년 KLPGA에 입문해 드림투어 우승 1번과 준우승 4번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친 그는 그 해 11월 2010 KLPGA투어 시드전 11위로 정규투어에 데뷔해 2010년 준우승 1회를 포함 '톱10' 5번, 2011년 톱10만 4번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다.

프로 3년차인 2012년 상반기 6개 대회를 마치고 하반기 첫 대회인 히든밸리 여자오픈부터 전문캐디 윤슬기(32)와 손을 잡는다. "전에는 하우스캐디, 친구, 주변의 프로 등 매번 바뀌었어요. 그러다 보니 실수를 해도 눈치를 보고 아무 말도 해 주지 못했죠. 그런데 슬기오빠는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고 실수를 해도 용기를 주는 등 플레이를 편안하게 해 주어요. 오빠와 성격은 정반대지만 서로를 잘 알아가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죠."라며, "호흡이 맞으면서 버디 성공률이 높아졌어요. 전에는 찬스가 와도 결정적인 걸 넣지 못했고, 파 세이브률도 떨어졌는데 하반기부터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라고 한다.

그는 1월 중순 5주 일정으로 베트남으로 겨울전지훈련을 떠나 올 시즌 만족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그는 "올 시즌 드라이버, 아이언 샷은 부족한 것이 없었는데 숏게임이 좋지 않았어요. 특히 4~50야드 샷에서 실수를 많이 했죠. 3주 정도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 자신감을 얻으려고요."

허윤경의 2013년 시즌은 3월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시작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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