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미(24.정관장)

[최웅선 기자]"스윙이 망가져 힘들었는데 '아론 김(29.재미교포)'과 만나 좋은 성적을 거둬 행복하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메이저 1승을 포함 시즌 3승을 기록, 상금순위 2위에 오른 '스마일' 이보미(24.정관장)가 새로 손발을 맞춘 스윙코치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보미는 "예전 코치와 훈련 때는 호흡이 잘 맞았어요. 시즌이 시작되고 3~4주에 한번 대회장에 오시는데 훈련 때와는 달리 스윙에 발전 없이 계속 망가지고 있었어요. 호주 코치께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추구하는 매카니즘이 달라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죠."라며 새로운 스윙코치와 만남을 설명했다.

'만남은 우연'이라는 이보미는 집 근처인 수원CC에서 연습하면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아론 김(스윙코치)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연습하다 잠시 쉴 때 그의 레슨을 보고 듣게 됐는데 내가 추구하는 스윙 매카니즘과 비슷해 마음이 끌렸어요. 시간이 되면 꼭 한번 레슨을 받아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렇게 좋은 인연이 되었어요."라고 자랑한다.

그가 아론에게 다가서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왕', '대상', '다승왕', '최저타수상'까지 싹쓸이 하며 4관왕을 거머쥐고 KLPGA '톱스타' 반열에 오른 이보미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적으로 내노라 하는 스윙코치들이 줄을 설 것이기 때문이다.

홀로 서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에게 새로운 스윙코치를 권한 것은 아버지 이석주씨(55)였다.

이보미는 "전 코치와 결별하고 혼자 연습을 하는데 아빠가 '여름시즌이 곧 시작되는데 코치 없이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께 아론에게 레슨을 받고 싶다고 어렵게 말씀을 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하셨어요. 아론은 마이크 밴더 등 세계 유명 교습가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아는 코치기 때문에 반대 하실 줄 알았거든요."

아론은 그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알 정도로 한국에서는 검증이 안된 무명이었다.

아버지 이씨는 "보미가 스스로 열심히 하지만 톱 플레이어가 되려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코치의 선택은 부모가 아닌 선수에게 있다. 좋은 선택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코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톱스타와 무명'의 의기투합. 쉽지 않은 결정임에는 분명하다. 더구나 잘 알지 못하는 스윙코치와 시즌 중에 스윙을 손 본다는 것은 자칫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지만 이보미는 자신과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반기 대회에서만 메이저대회를 포함 3승을 올리는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 스윙코치 아론 김(재미교포)

이보미는 자신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난 US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에 출전했을 때 '벽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US여자오픈 경기를 하는데 너무 막막했어요. 내가 가진 기술로는 한계를 알았죠. 열심히 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다 잡았던 LPGA 직행 티켓을 놓친 미즈노클래식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바람이 강했는데 컨디션이 너무 좋았어요. 내가 드로우 구질인데 페이드를 구사하지 못하면 코스를 공략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훅 바람도 심했어요. 그런데 페이드를 치면 핀에 가서 붙는 거예요. 드로우 히터로서 페이드 코스에서 어려움 없이 핀을 공략한다는 것이 제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느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이제 LPGA투어 선수들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감이 넘친 그였지만 최종라운드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역전패 하며 아쉬운 2위를 했다.

"4타차 선두로 2라운드를 끝내고 최종라운드 시작할 때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여기서 우승하면 미국으로 가야 하는데…. 일본에 있으면서 좀 더 실력을 가다듬고 싶었어요. 이런 저런 생각에 코스에서 집중이 덜 됐죠."

"변명 같지만 저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 퍼팅의 더블라인인데 그날 더블라인에 계속…." 아쉬움에 말끝을 흐린 그는 그 때를 생각하며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금방 생기를 찾으면서 "그것도(퍼팅 더블라인) 올 겨울에는 보안해야 할 부분"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우승을 놓치고 기사를 봤다는 그는 '이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네티즌의 댓글에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에 더 반성하고 부족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 겸허히 받아드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이성 문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흔쾌히 답했다.

'한국이었다면 짬짬이 미팅도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 데이트도 즐겼을 것'이라는 그는 "일본에서 첫 우승을 할 때 국위선양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성친구보다 골프를 더 열심히 해 우승하는 것이 더 짜릿하고 행복할뿐더러 '한류열풍'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팬클럽에 대해 "팬과 선수로 만났지만 지금은 가족"이라며, "회사일로도 바쁘실 텐데 시합 때마다 오셔서 응원해 주시고 잘 될 때나 안될 때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는데 더 열심히 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내년 시즌도 일본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힌 이보미는 'JLPGA투어 5승이 목표'라고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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