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9일 KPGA 정기 대의원 총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집행부 '밥그릇 싸움'도 부족해 '막가파'식 운영으로 파행을 맞고 있다.

파행의 시작은 현 집행부가 구성되면서부터다. 더 정확히 하자면 지난 3월 29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있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KPGA회장으로 추대 되면서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KPGA 수장에 오르며 김학서 부회장을 비롯 현 집행부가 구성되자 한국골프투어(KGT)의 핵심요직인 송병주 운영국장과 박호윤 홍보마케팅국장 자리에 티칭프로인 조득제(42)를 운영국장에 상근직인 홍보마케팅국장 직제를 폐지하고 비상근직으로 전환해 티칭프로인 이응기(55)를 홍보이사로 발탁했다.

KPGA 운영국장과 홍보마케팅국장은 자회사인 한국골프투어(KGT)의 운영국장과 홍보마케팅국장을 겸임한다.

운영국장은 토너먼트 디렉터로 대회 코스세팅 및 스폰서의 요구사항 등을 직접 챙기며 투어를 총괄해 진두 지휘한다. 또한 KGT가 한일프로골프국가대항전과 유러피언투어(또는 아시안투어) 등 해외투어와 공동주최 및 주관하는 대회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홍보마케팅국장은 말 그대로 방송사 및 언론사에 대회를 홍보한다. 잘 짜여진 대회라도 홍보가 부족하면 흥행 실패로 이어져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운영국장과 홍보마케팅국장의 능력에 따라 투어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7일과 28일엔 KPGA시니어투어 사상 최초로 J골프(대표 김동섭)가 KPGA 시니어선수권을 생중계했다. 총상금 8천만원의 이 대회는 제작비만 1억이 넘게 들어갔고, 코리안투어를 중계하는 방송 스텝들이 모두 참여해 생동감 넘치는 대회 현장을 생생히 안방에 전달했다.

시청률이 떨어져 코리안투어 외에는 방송을 기피하는데도 불구하고 J골프가 대회 생중계를 자사 및 홍보대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발벗고 나서야 할 협회는 보도자료 조차 언론사에 배포하지 않는 무능함을 보였다.

또한, 대회 기간 중 취재 간 기자가 대회 기사작성을 위해 책상과 인터넷 회선을 요구했지만 경기위원들이 앉을 좌석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대회 자료 요청에도 직접 알아보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들었다. 대회 현장 사진과 기사 작성은 무등산컨트리클럽 정양균 대표에게 부탁해 업무에 바쁜 경기과 직원 자리를 빌어 이틀간 기사와 현장 사진을 송고했다.

더 웃긴 건 방송사가 나서 현장 생중계를 했음에도 협회는 대회 현장 사진을 배포할 사진기자를 배치하지도 않았고, 1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보도자료 또한 배포하지 않아 국내 언론사는 대회 기사를 작성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김종덕 프로는 "방송사까지 나서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생중계 되는 KPGA시니어선수권에 무능하게 대처하는 협회의 안일한 행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KGT 홍보를 담당하는 이응기 이사는 "직원들이 알아서 보도자료를 배포해야 했으나 밀리언야드컵으로 일본 출장을 가 있어 내지 못했다."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협회 사업국 내 홍보 담당자는 KPGA시니어선수권 1라운드 때까지 협회에 상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응기 홍보이사의 말대로 직원들의 잘못일까? 절대 아니다. 현 집행부는 황성하 전 전무이사와 직원들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는 이유로 전원에 경위서를 받았다. 그 후 구조조정이란 명목아래 인사위원회를 열어 2명을 해고하고 3명을 대기발령 시켰다.

KPGA시니어선수권은 조득제 운영국장과 이응기 홍보이사가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 같은 구린 냄새가 난다. KGT는 1부 투어인 코리안투어,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와 아카데미투어, 시니어투어를 동시에 치르는데 1부 투어와 2부 투어 또는 시니어투어가 같은 주에 열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모든 대회 보도자료가 KPGA를 통해 언론사에 릴리스 되기 때문이다.

협회는 2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서울에서 부랴부랴 사진기자를 불러 내렸고 대회가 끝난 뒤 현장 사진과 보도자료를 냈다.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1라운드에서도 보도자료 배포가 가능했다.

잘 알다시피 일본골프투어(JGTO)에는 많은 한국선수들이 뛰고 있다. 2년 연속 밀리언야드컵에서 우승한 한국팀의 주축도 JGTO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다. 투어 발전에 총력을 기하겠다며 협회가 임명한 조 운영국장과 이 홍보이사는 JGTO관계자들과 밀리언야드컵 운영에 대해 조율하고 일본에서 활동하는 우리선수들이 불편함이 없게끔 물밑 접촉을 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눌러 있으면서도 KPGA시니어선수권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또한, 모든 잘못이 해당 직원들에게 있는 것으로 말을 돌렸다.

이 홍보이사는 "홍보국장이 7천만원의 연봉을 받는데 봉급을 받으려면 상근을 해야 한다. 개인적인 사업을 하기 때문에 눌러 앉을 수 없어 비상근직으로 봉급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고, 조 운영국장은 전화인터뷰를 회피했다.

밀리언야드컵은 한일국가대항전으로 KGT대회 중 가장 큰 대회라 할 수 있다. 기자는 밀리언야드컵 대회 1라운드 기사 제목에 '쓰나미'라는 표현을 썼다고 멕시코 교민 원 모씨에게 정중한 항의 메일을 받았다. 그 만큼 국민적 관심도가 집중되는 대회라 할 수 있는데 KGT의 핵심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두 사람이 개인적인 일로 불참했다는 것이 우려된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봉급을 안 받는다고 무능력한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힐 국민은 없는데 말이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 일본 시니어투어 상금왕을 거머쥔 김종덕(51)은 지난 5월 국내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PGA챔피언십에 출전해 51위를 차지하며 '한국프로골프사'를 새로 썼다. 대회 전 기사가 나왔고 J골프가 전 라운드를 생중계 했는데도 이 홍보이사는 "김종덕 프로가 협회에 통보하지 않고 출전해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한,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넘은 7월 1일까지 협회 홈페이지에는 김종덕 프로의 PGA 시니어PGA챔피언십 관련 자료는 없다.

투어운영과 홍보에 대해 경험이 없는 두 사람이 운영국장과 홍보이사를 차지한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

지난 3월 이명하 회장과 김학수 부회장, 임진한 이사가 외부인사 회장 영입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이 회장은 이응기 이사와 김창헌 이사(현 전무이사) 해임건의안을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열기 전 3월 27일 소집한 이사회에 상정했다.

이때 티칭지회 회원 30여명이 이사회장에 난입 이 회장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무력행동으로 이사회는 무산됐고, 3월 29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전윤철씨가 제15대 회장에 추대되며, 이사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데 가담했던 조득제 티칭프로가 운영국장에 이응기 이사가 홍보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운영국장과 홍보이사는 KGT의 핵심요직이자 투어의 중추역할을 하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박호윤 전 홍보마케팅국장은 언론사 기자출신이며, 송병주 전 운영국장은 KPGA정회원이지만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했고, 석사학위까지 받았으며 코리안투어가 지난해부터 세계골프랭킹 순위에 포함시키는 공헌을 했고, 한일국가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을 재탄생 시킨 장본인이다.

관련 업무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무능력자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이 기사로 인해 아무 잘못 없는 협회직원들이 해고나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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