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GA 정기총회 모습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외부인사 회장 '영입'을 놓고 벌인 4개월의' 진흙탕 싸움'이 전윤철(72) 전 감사원장 추대로 일단 진정되는 국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명하 회장은 지난해 11월 23일 제14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선거에서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한장상 고문과 연합해 당선됐다. 이 회장의 당선은 의외의 결과로 외부인사 영입을 바라는 회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박삼구 회장의 퇴임으로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신임집행부를 일사천리로 구성하며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되면 이 회장을 비롯 KPGA 이사진과 자회사인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대표이사 및 이사진들까지 모두 사퇴하기로 결의까지 했다.

이 회장은 12월 말경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이끌고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1월 이사회 때 잠시 귀국한 이 회장은 KGT 김덕주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잘 돼간다던 외부인사 영입에 난황을 겪자 이 회장은 2월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임진한 이사에게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전권을 이사들과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전권을 위임 받은 임 이사는 한장상, 김승학 고문에게 힘을 보탤 것을 요청하고 이달 초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만나 KPGA협회장직 수락에 대한 승낙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회장은 3월 9일 협회 보도자료를 통해 공약대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차기 신임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가 이에 대한 경위를 묻자 이 회장은 "회장영입에 대한 권한을 넘겨 준 것은 맞지만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모셔오라는 뜻이지 다른 분 모셔오라는 게 아니다."고 맞섰다. 이 회장이 전 전 원장 추대에 반대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 전 원장은 윤세영 SBS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고, 전 전 원장이 그 기업의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외부인사 회장 영입건(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상정되자 이 회장과 지지파 이사들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같이 논의 해야 한다고 맞섰고, 이사회는 결론 없이 끝났다.

극과 극을 달리던 이 회장과 반대파는 29일 정기총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기타부의안건(전 전 원장 회장 추대의 건)을 상정한 뒤 투표를 통해 의결했다.

4개월을 끌던 진흙탕 싸움은 이렇게 끝났다. 전 전 원장을 추대한 쪽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모든 게 잘 됐다는 표정이고 이 회장을 지지한 쪽은 특정기업에 좌지우지 될 협회를 안타까워했지만 작금의 사태를 책임지고 사과한 이는 없었다.

▲ 답답한 심정으로 총회를 바라보는 선수들

29일 오전 올 시즌 150명의 코리안투어 시드권자의 경쟁을 펼칠 일정이 확정 발표됐다. 협회 관계자는 "몇 개 대회가 조율이 되지 않아 미정으로 발표됐지만 개최는 확실하다."며 지난해와 비슷한 16개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딴판이다. 개막전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유러피언투어와 공동개최라 코리안투어 지난해 상금순위 30위까지만 출전이 가능하고, 매경오픈, SK텔레콤 오픈 역시 원아시아투어로 열려 출전이 제한됐다.

코리안투어 시드권자들이 모두 나갈 수 있는 진정한 개막전은 5월 24일부터 열릴 예정인 동부화재 오픈이다. 이 대회 역시 미정인 상태다. 대회가 취소될 경우 5월 31일 열리는 메리츠 솔모로 오픈이다.

6월 7일 예정된 볼빅 오픈은 아시안투어로 역시 출전 제한이 있고, 6월 21일 대회는 미정된 상태로 대회명 조차 없다. 그리고 29일부터 3일간 열리는 한일대항전인 밀리언야드컵으로 상반기 대회가 끝난다.

하반기에 열릴 예정ㅇ니 8개 대회 중 확정된 대회는 하이원리조트오픈, 먼싱웨어 챔피언십, KJ Choi 인비테이셔널, 한국오픈으로 먼싱웨어 챔피언십을 빼곤 원아시아와 아시안투어로 열려 출전제한이 따르고 KPGA선수권과 신한동해오픈, 윈저 오픈은 미정이고 시즌 마지막 대회는 대회명 조차 미정으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시드를 가졌지만 150명 전원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상반기 1~2개, 하반기 확정된 대회는 3개다. 미정인 대회가 확정된다 해도 5개를 넘지 않아 올 시즌 Q스쿨을 통과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기회는 막혔다고 할 수 있다.

몇몇 기득권자들로 인해 협회 회원 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고 오직 투어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 방황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협회 집행부는 전원 사퇴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처럼 KGT를 협회와 분리해 순수한 투어로 육성해야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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