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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을 나누고 싶은 여자 서보미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 승인 2012.01.16 11:06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녀였기 때문일까? 서른을 훌쩍 넘긴 그녀에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를 볼 때면 운동선수로서의 강인함보다는 코 끝을 자극하는 진한 커피를 나누며 가슴 속 깊은 얘기를 훌훌 털어 놓고 싶은 편안함을 느낀다.

   
▲ 서보미(31.롯데마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서보미(31.롯데마트)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녀였다. '피아니스트' 서보미는 그녀의 차분한 성격과 분위기 있는 외모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녀는 조용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농담 삼아 대회장에서 본 그녀의 느낌을 던졌다.

"서보미 프로를 볼 때 항상 느끼지만 눈빛이 슬픈데 그런 소리 많이 듣지 않나요?"
"어머, 그래요?"라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조용히 웃는다.

우수에 찬 눈빛은 진한 커피 한잔을 간절하게 하고 그녀를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든다. 대회장에서 보는 서보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말이 없다. 대회가 끝나고 친한 선수들과 어울릴 때도 말하기 보단 들어 준다. 그래서인지 친언니처럼 그녀를 따르는 선수들이 많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잡은 골프채는 그녀의 인생을 바꾼다. 피아노를 치던 예쁜 손은 골프채로 거칠어 갔지만 음악과 일맥상통하는 골프의 섬세함에 이끌렸다. 3년 뒤 대학연맹전 아마추어 첫 우승과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 본선에 진출하며 급성장했다.

US아마선수권에서 알게 된 크리스티나 김(LPGA투어선수. 한국명 김초롱)과 LPGA투어를 목표로 퓨처스투어(2부투어)에서 3년을 보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 선발전을 거쳐 2005년 Q스쿨을 통해 KLPGA투어에 입문했다.

   
▲ 2011 KLPGA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의 서보미
우승을 갈망하던 서보미는 2009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쑤저우 타이후 레이디스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에 감격을 누렸지만 KLPGA투어에선 우승 문턱에서 번번히 무너졌다. 투어 7년차인 2011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기회가 왔다.

팽팽한 접전 속에 4번홀(Par5)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선두로 나서 KLPGA 첫 우승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남은 홀에서 퍼팅 난조로 준우승에 그쳤다.

"LET에서 우승하고 잘 풀릴 줄 알았는데 잘 안되더군요. 한국여자오픈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날 퍼팅이 모두 짧았어요. 알면서도 그린이 빠르다 보니 과감하게 치다 화근이 될까 겁도 났고…. 다 잡은 걸 놓쳐 아쉽지만 요즘 '루키'들이 잘 치잖아요. 골프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 나이 또래에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모든 걸 참고 노력하는 걸 보면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 KLPGA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의 서보미

어린 선수들의 강세로 '맏언니'격인 정일미(39)와 지유진(32.이상 하이마트)이 성적부진으로 시드를 잃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30대 선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도 남을 정도다. 서보미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단 한번도 시드를 잃은 적이 없다. 꾸준한 성적의 비결은 골프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웨이트트레이닝과 요가 등으로 자기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린 선수들이 강세지만 그 선수들도 언젠간 나이가 먹잖아요. 제가 선수로서 좋은 모습으로 롱런을 해 '줄리 잉스터'처럼 국내에도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관리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늦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좋아하다 보니 집중할 수 있어 이만큼 왔어요. 내가 좋아 하는 골프를 직업으로 투어선수로 생활하는 것에 항상 감사해요."

'좋은 샷이 나왔을 때 갤러리분들이 박수로 환호해 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서보미는 2012년 첫 승을 위해 하와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대회 도중 장염에 걸려 힘든 경기를 치렀던 서보미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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