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예는 2007년 최나연, 지은희, 서희경, 김하늘, 안선주 등 한국여자골프의 '여제'들이 모두 참가한 KLPGA투어 첫 해외 개막전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마일즈 빈하이 레이디스오픈에서 LAGT 상금왕 출신 지은희(현 LPGA투어)를 2타차로 제압하고 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예비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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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다예(24.하이트진로) | ||
"빨리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쉬지도 않고 연습해 컷 탈락 없이 꾸준했는데 손목에 통증이 생기는 거예요. 언어 소통도 안되고 시합 욕심 때문에 얼음 찜질로 때웠죠." 불행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가볍게 생각했던 손목 부상이 악화돼 조금만 볼을 쳐도 통증이 왔다. '반드시 좋은 성적'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결과였다.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MRI촬영, 류머티즘 검사 등등 안 해본 치료가 없을 정도로 치료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뚜렷한 원인과 치료 방법이 안 나왔다. 인대가 손상 입었다고 해 PRP 주사까지 맞았지만 차도가 없다. 3개월 정도 쉬라는 처방에 쉬고 다시 골프채를 잡으면 전 보다 더한 통증이 왔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2010년 초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집에서만 빈둥거렸다. 골프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이제 뭘 하고 살지?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취미 생활도 해볼 것을…. 골프만 알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후회스럽고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보였어요."
그녀는 그렇게 망가져 갔다.
어느 날 아버지의 손에 끌려 낚시를 갔다. "처음 낚시를 했는데 손 바닥만한 고기를 낚으면 신이 났어요. 바다 속에서 버티려는 물고기와 끌어 올리려는 낚시꾼 사이에 전투, 낚싯대를 통해 전해 오는 짜릿한 손맛의 전율…. 얼마 만에 즐거운 시간이었는지…. 다음날도 가자고 아버지를 졸랐어요.(웃음)"
바람이 강해 입질도 없다. 몇 시간째 먼 수평선만 바라보던 아버지의 '이것이 인생이야'라는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로운 삶을 설계하자고 맘 먹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제빵 기술을 배우고, 제주도의 올레코스를 돌아보며 제주도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제주 사람들이 강인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됐죠."
그러던 차 주위의 추천으로 서울의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다시 한번 받았다. 요골과 척골의 길이가 달라 삼각골의 유격이 많아 통증이 심한 것이니 그 부분을 운동으로 강화시켜 주면 완치 된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원인을 찾고 다시 골프를 할 수 있다니 새로 태어난 듯 기쁘고, 전성기 3년을 속 썩여 왔던 고통이 한번에 사라지는 듯 했어요." 병원의 처방대로 손목 강화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더니 고통은 사라졌고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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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프투어 9차전 우승컵에 입맞추는 나다예 | ||
"우승하겠다는 욕심이 너무 앞섰어요. 욕심을 버리고 '루키'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는데 점프투어 9차전에서 덜컥 우승하며 상금랭킹 1위를 하고 정규투어 풀 시드까지 받았어요. 생각해 보니 골프는 욕심만 가지고 안 되는 것을 알면서 골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어리석었죠.(웃음)"
정규투어 우승자에서 3부 투어까지 먼 길을 돌고 돌아 온 나다예는 2012시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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