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맹위를 떨치던 태극낭자군단이 수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 세계여자골프랭킹 1위 신지애(23.미래에셋)와 LPGA투어 상금왕 최나연(24.SK텔레콤)을 배출하며 세계최고 실력을 자랑하던 한국여자골프가 올 시즌 22개 대회 중 11개 대회가 열리도록 우승이 없다.

왜일까?

가장 큰 원인은 외국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있다. 시즌이 끝나면 개인생활을 즐기던 외국선수들이 여가를 줄이고 훈련을 시작했다. 볼 치는 '로봇'이라 비아냥대며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한국선수들을 따라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한국선수들의 장점을 학습한 외국선수들의 드라이버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짤순이' 그룹에 속하는 한국선수들이 8,9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 웨지로 핀에 붙이는 여유가 생겼다.

이럴 경우 실력이 대등한 세계최강의 여자선수들이 겨루는 LPGA 투어에서 거리가 나는 선수가 우승권에 근접하게 된다.

▲ 2011시즌 개막전 이었던 '혼다LPGA타일랜드'/골프포스트

LPGA 투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연소 메이저 4승을 달성한 청야니(대만)는 평균 드라이버 거리 271야드로 5위에 있다. 정확도 면에서는 101위로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라운드당 언더파 1위, 버디 1위, 이글 5위 등 장타자가 낼 수 있는 기록에서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체격조건에서도 신지애, 최나연,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 등 한국의 대표적 선수들을 앞선다. 대회장에서 청야니를 보면 공격적이고 호쾌한 스윙은 박세리의 전성기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한국을 대표하며 LPGA 투어를 주름잡았던 박세리, 박지은은 장타자 그룹에 속했다. 장타를 치다 보니 타 선수들보다 짧은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며 버디 기회를 잡았고 우승으로 연결 시켰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는 공통점도 같다. 요즘 한국선수들은 수동적이다. 단타를 앞세워(?) 또박또박 코스를 공략한다. 큰 실수는 없지만 버디 기회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보니 우승권에서도 멀어 진다.

한국선수들의 짤순이 비거리는 송곳 같은 날카로움으로 원하는 곳에 볼을 갖다 놓으며 매년 승수를 쌓아갔다. 죽기살기로 연습한 결과이다.

지난해 한국여자골프는 LPGA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서 동시에 상금왕을 배출하며 세계여자골프 최강의 자리와 함께 기업들이 골프단 창단 러시를 이뤄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하며 모든 투어 경비를 지원 받다 보니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전에 돈을 벌기 위해 골프를 쳤다면 이젠 개인의 명예 더 나아가 국가의 명예를 위해 골프를 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춥고 배고플 때처럼 연습해야 한다. 외국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체격 조건과 짧은 비거리를 보안하는 방법은 충분한 연습뿐이다.

세계무대에서 우승은 개인의 부와 명예뿐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높여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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