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 산둥의 난산인터내셔널GC에서 열린 원아시아투어 슈퍼시리즈 시즌 5번째 대회인 난산 차이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김비오(21.넥센)가 한국프로골프투어(KGT) 규정위반으로 5백만원의 벌금을 냈다는 소식에 한동안 골프계가 떠들썩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인 김비오가 KGT에 벌금을 낸 이유는 규정 때문이다.

KGT는 소속 정회원이 국내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다른 투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경우 벌금을 내도록 했다. 단, 세계 6대 투어인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션샤인(남아공) 투어 대회의 출전은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원아시아(ONE ASIA)투어는 한국, 중국, 호주가 주축이 되어 2009년 대회를 처음 개최한 신생 투어로 세계 6대 투어에 속하지 않는다.

출범초기 KGT 소속 정회원들은 국내선수 보호를 이유로 들어 대회 출전을 거부하는 등 잡음이 많았다.

▲ 원아시아투어 홈페이지 캡처

2009년 4개 대회를 개최하며 시작된 원아시아투어는 출범 3년째를 맞은 올해 13개 대회 중 5개 대회를 개최하며 세계 6대 투어에 속한 아시안투어(ASIAN TOUR)와 비교해 WGC 및 PGA대회를 뺀 순수 아시안투어 대회 개최수 및 총상금규모를 앞질렀다.

또한, 유럽피언투어(EPGA)투어와도 공동 개최를 통해 권위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출전선수 역시 주최측의 초청 등으로 세계적선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국내투어에서 활약하며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선수들에겐 실력검증과 경험을 쌓을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국내선수들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큰 무대에 자주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대회와 겹칠 경우 세계 6대 투어에 속하지 않은 원아시아투어는 참가할 수 없다. 물론 벌금 5백만원을 내면 참가가 가능하다. 벌금 5백만원과 대회 참가 등에 소요되는 경비 등을 합하면 대략 천만원을 날려야 하는데 몇몇 스타급 선수를 제외하고는 국내 프로들의 현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KGT에서 규정을 풀어 국내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자유화하는 방법이 있다. 이럴 경우 스타급 선수들은 상금규모가 큰 원아시아투어로 대거 몰려 가뜩이나 대회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KGT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KGT 상금순위 10위 안에 드는 선수도 메인 스폰서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 마저도 못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드가 있어도 대회 참가 경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이 좋아 투어선수지 연습장에서 레슨하는 프로보다 벌이가 시원치 않다. 한국남자프로골프의 현실이다.

최경주(41.SK텔레콤), 양용은(39.KB금융그룹)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선수들과 김비오, 강성훈(25.신한금융그룹) 등 젊은 선수들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 한국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들의 뿌리는 국내 투어다. KGT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뒤 세계로 진출했다. 다시 말해 국내무대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세계무대에서 한국골프의 위상을 높이려면 국내 투어가 활성화 되어야 하고 보호되어야 한다.

예로 들어 세계 6대 투어에 속하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가 국내 대회와 겹칠 경우 메이저대회가 아니거나 상금규모가 작을 경우 JGTO 시드가 있거나 초청을 받은 스타급 선수들은 일본으로 건너가 같은 기간 치러지는 국내 대회는 흥행에 참패한다.

KGT 소속 정회원이 국내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다른 투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을 제한하는 규정은 국내 투어 보호는 물론이고 선수 보호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규정을 풀 경우 스타급 선수들은 세계 6대 투어가 아니면서도 상금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원아시아투어가 주최하는 대회로 대거 빠져 나갈 것이고 자칫 국내투어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스타급 선수들이 참여하는 국내 투어는 흥행에 성공할 것이고, 흥행은 더 많은 대회 유치와 경쟁을 유발해 선수들의 실력향상으로 이어지고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한다.

KGT의 상금을 쪼개 탄생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흥행에 성공하며 모든 면에서 남자투어를 능가했고, 탄탄한 선수층으로 인해 매년 세계무대로 스타급 선수들이 빠져나가지만 대회 유치수와 총상금 규모는 해 마다 늘고 있다.

현재 KGT의 규정에 의해 벌금을 내는 선수들에게는 불만이 있겠지만 자국 골프대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예로 아시아 지역에서 원아시아투어와 경쟁하며 대회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투어도 지난해 자신들의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원아시아투어에 나갔다는 이유로 5명의 선수에게 벌금을 물린 적이 있다.

국내투어 보호로 대회가 활성화 되고 선수층이 두터워 진다면 이런 제한 조치는 자연적으로 풀릴 것이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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