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중 선수들이 볼에 의해 상처 입은 그린을 보수하고 있다.

잘 맞은 티샷이 움푹 패인 디봇(divot)에 들어가거나 핀 근처에 볼을 올려 버디 찬스를 맞았는데 수리되지 않은 피치마크(pitch mark 볼자국)가 퍼팅 라인에 있다면?

골프대회의 갤러리로 참가하거나 TV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프로들이 스윙으로 떨어져 나간 잔디를 주어다 메우거나 그린에서 볼에 마크하기 전•후 그린포크로 볼에 의해 상처 입은 그린을 보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골프규칙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R&A와 USGA에 디봇에 들어간 볼에 대하여 '프리 드롭(free drop)'를 제안했다.

받아 들여지진 않았지만 세계 최고의 골프 플레이어 타이거 우즈마저도 디봇에서의 샷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잘 맞은 샷은 보상 받아야 하는데 페어웨이 가장 좋은 지점에 볼을 떨궈 놓고도 타인이 수리하지 않은 디봇 때문에 피해 당하기 싫은 건 프로나 아마추어나 매한가지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선수들은 코스에서의 상처는 반드시 보수 하고 간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은 본인이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땐 육두문자까지 써가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냥 넘어가기 일쑤고, 자신의 볼에 의해 상처 받은 그린을 보수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인식이다.

코스의 디봇부터 그린의 피치마크까지 캐디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골퍼는 그린에서 볼 마크부터 퍼팅 라인에 볼을 맞추는 것 까지 캐디에게 맡긴다.

볼이 홀에 들어가면 자신이 퍼팅을 잘한 것이고 홀을 외면하면 캐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눈총 주는 한심한 골퍼들도 있다.

이런 골퍼들일수록 화려한 의상으로 잔뜩 치장을 하고 라운딩을 나간다. 또한 볼 캡, 티 꽂이 등 쓸데없는 물건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서도 꼭 필요한 그린포크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어떤 용도인지 조차 모르는 골퍼들이다.

프로들과 마찬가지로 로우핸디캡들이 꼭 챙기는 물건이 바로 그린포크이다. 자신의 볼로 인해 상처 받은 그린을 수리하기 위해서다.

움푹 패인 디봇에서는 미스 샷의 확률이 많고, 피치마크로 얼룩진 그린에서는 짧은 퍼팅마저도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골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시안(APGA) 투어, 일본(JPGA)투어에서 상금왕을 배출하며 세계골프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골프강국으로서 이제는 올바른 골프문화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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