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대회의 경우 평일에도 많은 갤러리들이 찾는다.

아시아VS유럽 골프대항전 '로얄트로피 2011'가 열리고 있는 태국 후아힌 블랙마운틴골프클럽 1번홀에서 티박스로 들어서는 선수들을 사회자가 소개하고 있다.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헨릭 스텐손과 요한 에드포르스는 모자를 벗어 자국 응원단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든다. 콜린 몽고메리는 응원 온 갤러리와 함께 얘기까지 주고 받으며 팬 서비스를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이시카와 료와 소노다 순스케가 티 박스로 들어서자 일본 갤러리들의 함성이 골프장을 뒤 덮는다. 이시카와 료는 모자를 벗어 허리까지 숙이며 깍듯이 인사를 하고, 소노다 순스케 역시 모자를 벗어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대륙의 명예를 건 승부라 갤러리들은 선수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티 박스에 입장할 때마다 힘찬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선수가 입장하자 갤러리들의 환영과 응원의 박수소리 역시 변함없다. 한국선수는 응원의 함성을 들으며 묵묵히 티박스로 들어서 먼저 입장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선수소개를 할 때 손 한번 살짝 들어 올린다.

대회 마지막 날 싱글(Singles)매치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됐다. 티 오프 시간이 되자 1번홀 티박스로 갤러리의 박수를 받으며 묵묵히 들어서는 그에게 한국인 갤러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ㅇㅇㅇ화이팅!" 우렁찬 목소리였다. 그는 갤러리석을 향해 양손을 허리에 받친 채 신기한 듯 올려다 본다.

인사도 없다. 그뿐이었다. 중년의 남성이 수치심을 느꼈는지 선수의 티샷이 끝나기 전 조용히 빠져 나간다.

▲ 출전선수들의 연습 스윙을 보려고 드라이빙레인지를 찾은 갤러리들

기자가 만난 갤러리 중에는 태국 치앙마이에 살고 있는 부녀가 있다.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와 유럽 대륙 골프대항전인 '로얄트로피'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를 3년째 취재하는 동안 매번 만났다. 그러나 이번엔 특별했다. 태국 후아힌과 치앙마이는 1000km 정도 떨어져 있다. 비행기를 타도 직항이 없어 두 번 갈아타야 하고, 버스 역시 직행이 없어 치앙마이에서 방콕까지 16시간을 온 다음 갈아타고 4시간을 더 가야 한다. 또한, 후아힌 시내에서 골프장까지 트럭을 개조한 '쏭태우'를 타고 1시간 정도를 가야 비로소 골프장이다.

한국 출전선수들을 보기 위해 부녀는 그 먼 길을 왔다. 또한,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까지 관광일정을 포기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하기 위해 왔지만 우리 선수들은 냉랭했다.

지난 4일 한국남자프로골프 투어의 대회 일정과 전체 상금규모가 공개됐다. 여자대회에 비해 규모가 턱 없이 작다. 프로암을 경험한 아마추어 골퍼들은 여자대회를 선호한다.

남자대회 상금 10%를 떼어 열리기 시작한 여자대회가 대회 개최수, 총상금 등 남자대회를 추월한지 오래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남자골프를 흥행시키기 위해 정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갤러리를 외면한다.

프로골퍼 개개인은 하나의 '제품'이다. 잘 포장된 제품에 눈길이 가고, 손이 가는 법이다. 제품이 좋아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좋은 제품이라 할 수 없다. 소비자(갤러리)가 많이 찾는 좋은 제품(프로골퍼)엔 스폰서도 붙고, 상품(프로골퍼)의 가격도 올라가는 법이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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