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골프의 희망 '마테오 마나세로(18)'

대한민국 '영건' 노승렬과 이탈리아 골프의 희망 '마테오 마나세로'는 공통점이 많다.

노승렬은 1991년 5월 생, 마나세로는 1993년 4월 생으로 둘다 아시아와 유럽을 대표하는 기대주로 지난 1월 9일 태국 후아힌 블랙마운틴골프클럽에서 끝난 아시아•유럽 골프대항전 '2011 로얄트로피'에 각 대륙을 대표해 참가한 'M'세대이다.

노승렬은 아시안투어 최연소 우승(2008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과 최연소 상금왕(2010시즌)을 차지하며, 세계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나세로는 2009년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British Amateur Championship)을 우승하며 2010년 프로로 전향해 PGA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연소 컷 통과로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고,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피언투어 '카스텔로 마스터스'에서는 16언더파를 기록, 우승하며 유럽피언투어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세계골프계의 차세대 유망주다.

지난 1월 9일 태국 후아힌 블랙마운틴골프클럽에서 끝난 아시아•유럽 골프대항전 '2011 로얄트로피'에 각 대륙을 대표해 참가한 노승렬과 마나세로가 맞붙진 않았지만 사흘간 치러진 경기에서 관심을 끌지 못한 마나세로와 달리 노승렬은 TV를 지켜보던 세계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정상급선수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한 노승렬과 마나세로의 희비는 1회전에서 엇갈렸다.

노승렬은 세계랭킹 2위 '독일전차' 마틴 카이머와 맞붙은 1회전에서 6홀을 남기고 7홀을 내주는 KO패로 세계 골프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반면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마나세로는 세계랭킹 8위의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2홀 차로 따돌리고 2회전에 오르며 돌풍을 이어갔다.

18홀을 라운드 후 최종점수로 순위를 가리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달리 상대선수와 일대일 게임의 매치플레이는 매 홀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치열한 신경전과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시달린다.

WGC(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세계랭킹 64위까지로 1위와 64위까지의 실력차이는 백지 한 장도 되지 못한다. 세계랭킹 62위 노승렬과 2위 마틴 카이머와의 매치 플레이에서 기록으로 판단한다면 노승렬이 이길 확률은 10%도 되지 않았지만 6홀을 남기고 7홀을 내준 것은 실력차이보단 노승렬이 '기(氣)' 싸움에서 졌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세계랭킹 59위 마테오 마나세로는 세계랭킹 8위이자 PGA투어의 백전노장 스티브 스트리커를 상대로 2홀 차 승리를 거뒀다.

유럽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젊은 선수 노승렬과 마나세로의 승패는 실력을 떠나 마음가짐에 있었다.

노승렬은 마틴 카이머를 상대로 매 홀 이기려는 승부수를 띄우며 욕심을 부려 마틴 카이머에게 승리를 일찌감치 내주고 말았다. 승패를 떠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2011시즌 EPGA투어 '볼보 골프 챔피언스'에서 공동 5위 이후 이어진 '카타르 마스터스'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컷 탈락 후 4월에 열리는 PGA투어 '마스터스' 출전을 위해 세계랭킹 순위를 끌어 올려야 하는 노승렬은 초조함으로 가득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실력발휘를 못했다.

골프는 매번 이길 수 없다. 엘리베이터 타고 수직 상승하려는 마음보다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며 경험을 쌓는다면 노승렬은 아시아 최초의 세계랭킹 1위도 차지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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