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라운드 9번홀 김인경이 세컨샷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00mm렌즈로 9번홀 티박스에서 촬영했습니다.

'혼다 LPGA 타일랜드 2011'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회입니다. 김인경(22.하나금융그룹)이 첫날 '9언더파'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을 세우며 한파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골프팬들에게 오랜만에 훈훈한 소식을 전하며 개막전 '우승'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2, 3라운드에서 아이언과 퍼터가 징그럽게 속을 썩이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는데 최종라운드에서 스윙이 잡히며, 선두 청야니를 맹추격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청야니가 13번홀 3차타 선두에서 14번홀 보기로 1타차로 간격이 좁혀져 김인경에게 역전 가능성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야니가 15번홀 버디를 잡는 순간 16번홀 그린에 있던 김인경도 갤러리의 함성에 청야니의 버디를 알 수 있었습니다.

17번홀에서 정체되어 앞 팀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 하고 있을 때 김인경의 생각이 복잡했을 겁니다. 2타차면 청야니가 16, 17, 18번홀에서 파를 할 경우 김인경은 남은 두 홀에서 모두 버디를 해야 연장전이라도 갈 수 있으니까요.

현장에서 지켜보는 저는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인경의 심경도 복잡했겠죠. 그러던 차에 17번홀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자 99.9% 우승은 물 건너 같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결국은 17번홀에서 4라운드 동안 열심히 줄인 5타를 한번에 날린겁니다.

17번홀에서 망가진 김인경이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에 붙여 이글 찬스가 왔지만 만약에 김인경이 17번홀에서 망가지지 않았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2온 전략으로 나갔을지 의문이 듭니다. 어차피 이글을 못하고 버디로 홀 아웃 했지만요.

청야니 정말 대단한 선수이더군요. 2월 14일까지 태국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하고 낮엔 덥지만 그런대로 골프 라운딩 하기에 무리가 없었고요. 그런데 14일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며 날씨가 갑자기 변해 폭염이 시작된 겁니다. 대회가 열린 사이암골프클럽은 바닷가 근처라서 평소에도 습도가 높은데 비가 오자 더 심해져 한증막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한낮 기온은 40℃까지 올라갔습니다.

선수들은 프로암대회까지 5일 동안을 최악의 날씨에서 경기를 펼친 겁니다. 제 생각엔 프로암이 있던 15일에 녹초가 되었을 겁니다.

김인경이 9언더파를 친 건 사실 운이 좋았습니다. 아침 1조 티오프를 했는데 그땐 덥지 않았거든요. 더구나 이틀 전 비가 와서 그린도 소프트하고….

4라운드 동안 김인경을 옆에서 지켜 보면서 무리수를 둔다고 생각했습니다. 1, 2,3라운드 다른 선수들이 오버파를 치는 상황이라 점수 지키기로 가야 하는데 자꾸 언더파를 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언더파 치면 좋지만 폭염 속에 무리수를 두다 보니 샷이 조금씩 흔들렸고, 버디 퍼팅이 자꾸 홀을 타고 돌아 나오는데 속이 타더군요. 나중엔 집중력을 잃어버려 2라운드에서는 30cm짜리 파 퍼팅을 2개나 실수 하더군요. 그러더니 짧은 퍼팅 때는 얼굴이 굳어져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불안하게 만들며 게임을 어렵게 풀었습니다. 어차피 2, 3라운드에서 점수를 지켰지만 편하게 마음 먹고 경기에 임했어도 "지금쯤 우승 파티를 하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 양희영(21.KB금융그룹)입니다. 귀엽고 예쁘게 생겼죠. 청야니가 올해 초 우승한 LET 호주오픈에서 2006년도에 아마추어로 출전해 캐리 웹을 물리치고 우승해 LPGA투어에서도 가장 촉방 받는 선수입니다. LPGA투어에 입성해서는 아직 우승이 없지만 조만간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갈 선수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6위를 했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 상금왕 2연패에 도전하는 최나연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 개막전의 주인공 청야니입니다.

▲ 청야니 응원단입니다. 태국에 주재하는 대만 교민들 같더군요. LPGA대회에선 대만기자들을 볼 수가 없었는데 이번엔 엄청 많이 왔습니다. 기자실 제 책상 앞 뒤 옆으로 전부 대만기자였습니다. 청야니가 대만에 골프 열풍을 일으키고 있나봅니다.

최웅선 골프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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