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있던 위치에 시선을 고정하며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헤드업 하지 않는데 임팩트에 볼이 안 보인다면….
살아 생전 골프사랑이 남달리 유별했던 모 그룹 회장의 유명한 골프일화가 있다. 회장께서는 당시 세계 톱 프로이던 아놀드 파머와 라운딩 기회가 있었다. 골프팬으로서 당대 최고의 프로골퍼와 동반 라운딩을 한다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골퍼에겐 가문의 영광.

스윙을 한 단계 업 그레이드 시키고 싶은 회장께서 밤잠을 설치며 손 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전반 9홀을 돌았지만 아놀드 파머는 말없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자기 볼만 때렸다. 당대 최고의 골퍼와 동반 라운딩을 하며 개인레슨에 꿈이 부풀던 회장께서는 실망했지만 "이 사람이 내 스윙을 분석하고 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후반에 들어서도 아놀드 파머의 침묵은 계속됐다. 자신의 스윙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혹시나 체면 구길까 먼저 물어 볼 수도 없고 속만 태우던 회장께서는 "몇 홀 남았으니 그 안에는 무슨 말이 있겠지…."라고 생각, 라운딩을 계속했다.

18번홀. 마지막 퍼팅이 끝나고 인사 할 때까지 아놀드 파머는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라운딩이 끝나고도 말이 없자 화가 나신 회장께서 점잖게 물었다. "제 스윙에 어떤 점을 고쳐야 합니까?"

굳게 다문 아놀드 파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헤드업 하지 마세요!"

아놀드 파머와 라운딩에 황금 같은 시간과 거액(?)을 투자했지만 국내 프로에게서도 늘 듣던 "헤드업 하지 마세요."라는 말 외에 그 이상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위의 내용이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골프스윙에 있어 헤드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스윙의 과정은 준비자세인 그립과 어드레스로 시작해 테이크어웨이, 백스윙 탑, 다운스윙과 임팩트, 팔로스루와 피니시로 이어진다. 여기서 그립과 어드레스는 정지상태로 프로나 비기너 할 것 없이 똑같은 동작을 할 수 있다. 아마골퍼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레슨을 받으면 위에서 언급한 스윙의 기본적 동작을 소화할 수 있고 스윙과정 중 얼만큼 기본과정에 충실하느냐에 따라 백돌이와 중상급 골퍼로 나뉜다.

8년 전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현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이자 한체대 교수인 박영민 프로와 태국 파타야 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함께 했다. 체육학과 출신인 박영민 교수는 제자들에게 골프스윙을 고성능 비디오로 촬영해 컴퓨터 스윙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한 최첨단 레슨을 했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것으로 다른 프로들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으나 시합과 프로테스트에 나간 제자들의 성적이 좋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첨단과학을 동원한 골프레슨이었다.

사람에 스윙을 컴퓨터로 분석하면 타이거 우즈라도 문제점이 나온다. 만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골프스윙에 있어 핵심과정을 체크할 수 있는 과학적 장비이기도 하다.

힘차게 때린 볼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고 움직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헤드업(head up)"의 결과이다. 요즘은 핸드폰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어 동영상 촬영으로 자신의 스윙을 볼 수 있어 간단한 문제점은 쉽게 개선할 수 있고, 자신이 헤드업을 하는지도 체크할 수 있다.

8년 전 필자는 날아가는 볼이 움직이고, 임팩트시 볼을 볼 수가 없어 스트레스가 심했다.(물론 지금도 볼은 똑바로 가지 않지만) KPGA소속 프로인 선후배와 친구들의 의견은 헤드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박영민 교수는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로 분석해 보자고 제안했다.

촬영분석결과 다운스윙시 머리의 움직임이 조금 있었지만 임팩트 전에 위치에 고정되어 헤드업은 없었다. 문제는 헤드업 하지 않는데 임팩트시 볼을 왜 못 보냐가 숙제였다. 많은 프로들이 이유를 몰랐지만 박영민 교수는 이것저것 테스트와 필자의 스윙을 관찰하더니 문제의 해답을 찾았다.

정답은 "룩업(look up)".
임팩트시 헤드업은 없으나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 PGA에서 소속 티칭프로들에게 배포하는 "PGA 레슨교본"에 룩업에 대해 "헤드업을 하지 않더라도 임팩트시 눈동자가(look up) 움직이면 볼이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미스샷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임팩트시 헤드업을 하지 않는데도 볼을 볼 수 없거나 볼이 움직이는 경우 '룩업'이 의심되므로 임팩트시 볼을 뒤에서 끝까지 보는 연습을 한다면 더 멀리 똑바로 날아갈 것이다. 필자 또한 룩업을 교정하고 효과를 보았다.

아래은 세계적 선수들의 임팩트 후에도 볼이 있던 위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임팩트 후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웅선 골프여행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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