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PGA투어는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EPGA투어에 대륙 자존심의 상징인 라이더 우승컵과, 4개 메이저대회 중 3개의 타이틀을 빼앗기고, 세계랭킹 10위 중 6명이 유럽선수들로 채워지며,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영국)의 PGA투어 불참선언 등 온갖 수모를 겪었다.

또한, PGA투어의 흥행카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의 동반 부진이 많은 선수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 31개 대회에서 각기 다른 우승자를 배출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이며 흥행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 세계랭킹 1위 리 웨스트우드(EPGA투어 홈페이지 캡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흥행카드 필 미켈슨은 시즌 첫 경기를 20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열리는 PGA투어 '밥호프클래식' 대신, 같은 날 열리는 EPGA투어 '아부다비 HSBC골프챔피언십'으로 선택해 밥호프클래식을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빠진 빈 깡통으로 만들고, HSBC골프챔피언십은 지난해 4대 메이저 챔피언 4명과 세계랭킹 1위까지 참여하는 '빅 이벤트'가 되었다.

투어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총상금 및 우승상금 규모가 PGA투어에 비해 3분의 2수준에 머무는 EPGA투어지만 PGA투어와 달리 개최국에 따라 유명선수들에게 거액의 초청료를 지급한다. 유럽투어가 스타급 선수들의 대거 참여로 흥행에 성공한다면 대회 개최신청이 늘고 이는 총상금 및 우승상금 증가로 이어져 미국선수들에 비해 찬밥(?) 대우를 받는 유럽선수들이 PGA투어에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반쪽 대회로 전락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는 20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11시즌 첫 경기를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즈골프장(Par72. 6,874야드)에서 PGA투어 4번째 대회인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580만달러)'으로 선택했다.

선택엔 숨은 이유가 있다.
우즈는 토리파인즈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11번 출전해 6차례 '우승'과 10차례의 '톱10' 이내 성적을 거뒀다. '홈 그라운드'인 것이다. 시즌 첫 경기에서 우승과 함께 빼앗긴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우승을 못하더라도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일타쌍피'의 작전이다.

그러나 필 미켈슨(41.미국)이란 커다란 걸림돌이 버티고 있다. 우즈의 홈 그라운드인 토리파인즈골프장은 필 미켈슨에게도 '텃밭'이나 마찬가지이다. 샌디에이고가 고향인 필 미켈슨은 어려서부터 이 코스에서 라운딩을 즐겨 코스의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고, 3차례나 우승을 했다.

아내의 유방암으로 지난해 타이거 우즈와 동반부진을 보인 필 미켈슨 또한 PGA투어 시즌 첫 대회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으로 선택한다면 우즈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미국PGA투어는 세계골프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재기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세계골프 중심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최웅선 골프여행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