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우리나라 남자골프는 APGA투어 최연소 상금왕 '노승렬(20.타이틀리스트)'과 일본남자골프투어(JGTO) 상금왕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를 배출했다. 여자골프와 달리 세계남자골프는 선수층이 워낙 두터워 우승하기도 어렵지만 투어에서 상금왕을 차지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더 어렵다.
세계골프계에서 인정하는 'APGA투어'와 'JGTO'에서 한 수 위라는 일본남자골프를 누르고 상금왕을 차지하며, 질과 양으로 앞섰다. 또한, 세계최고의 선수들만이 설 수 있는 미국PGA투어에 김비오(21.넥슨)와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이 PGA Q스쿨에 통과하며 최경주(41.SK텔레콤), 양용은(39), 위창수(39,테일러메이드)와 함께 2011시즌 PGA무대에서 활약할 순수토종 한국 5인방이 세계골프계에 아시아골프의 최강자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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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트로피에 참가한 우측부터 김경태, 노승렬과 일본의 이시카와 료 | ||
매년 1월 초에 열리는 로얄트로피는 올해로 5회째 대회를 치렀고, 필자는 5회 대회 중 2번을 갤러리로 참가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취재를 했다. 세계적 대회답게 100여명이 넘는 외신기자들이 대회장을 찾아 3일 동안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국기자는 혼자였고, 일본기자들은 현지 태국기자들보다 더 많이 찾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디어센터는 일본의 독무대로 일본남자프로골프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필자는 속으로 외쳤다. "너희들이 많이 오면 뭐 하냐? 아시아 상금왕과 일본투어 상금왕이 모두 자랑스런 대한국인(大韓國人)인 것을…."
로얄트로피의 주최와 지원은 태국왕실과 정부가 하고 기업들이 후원한다. 2008년 태국 푸미폰국왕은 16kg의 순은제 트로피를 제작 기증해 태국왕실이 로얄트로피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골프강국 대한민국과 일본에서도 만들지 못한 대회를 골프변방국가라 할 수 있는 태국에서 왕실과 정부가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시아골프의 성장과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고, 아시아골프가 세계골프무대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아시아 최고의 골프축제로 발돋움했다.
아시아팀 멤버로 선발된 한국의 김경태, 노승렬, 일본의 이시카와 료, 소노다 순스케, 이케다 유타, 태국의 통차이 자이디, 중국의 리앙웬총, 인도의 지브밀카 싱 등 세계랭킹에 올라있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세계적인 대회이자 아시아 최고의 골프 이벤트인 '로얄트로피(The Royal Trophy)'가 어찌된 일인지 일본골프축제라는 느낌을 가실 수가 없는 것은 왜 일까?
첫날, 포섬(Foursome)경기에서 노승렬과 리앙웬총 조와 이시카와 료, 소노다 순스케가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나고 미디어센터에서 각 팀 주장인 콜린 몽고메리와 오자키 나오미치가 아시아선수로는 승리를 거둔 노승렬과 이시카와 료가 유럽팀엔 피터 한슨과 파블로 마틴이 참석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 팀 주장들의 인사말이 끝나고 선수 차례, 유럽선수들과 달리 노승렬은 영어로 짧게 인사를 했다. 준비된 답변인 듯 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유럽기자들은 유럽선수들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고, 가끔 주장인 오자키와 이시카와 료에게도 질문을 했다. 영어가 짧은 탓인지 통역사가 일본어로 통역을 해 주었다. 태국기자들의 질문에도 일본어 통역사가 통역을 했다. 일본기자들이 유럽선수들에게 질문을 할 땐 역시 영어통역이 뒤따랐다.
지난해 EPGA와 APGA가 공동주최하는 '메이뱅크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으로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 1승을 했고, 아시아팀의 에이스이자 그 날 경기에서 눈부신 맹활약을 펼친 노승렬에게 질문하는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어 통역이 없었다. 괜한 애국심에 한국말로 질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영어와 일본어, 태국어만이 통하는 장소에서 노승렬과 필자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로 질문을 한다면 기자회견장의 좋은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영어로 노승렬에게 질문을 한다면 영어에 아직 능통하지 않은 선수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아시안 투어 상금왕과 일본투어 상금왕이 영어를 쓰지 않는 국가의 선수이고, 비영어권 선수를 초청해 대회를 치를 정도면 최소한 선수가 쓰는 언어의 통역은 준비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영어를 못하는 일본선수들을 위해서는 영어와 일본어, 태국어 통역사를 준비하면서 아시안투어 상금왕과 일본투어 상금왕인 노승렬과 김경태를 위해서 그들이 준비한 것은 없었다.
세계최고의 무대인 PGA투어와 LPGA투어에서도 우승자가 비영어권 국가의 선수일 땐 해당국가의 통역을 준비한다. 그런데 아시아와 유럽의 대항전에 아시아대표선수로 선발해 놓고 선수가 의사소통을 할 수단을 만들어 놓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언제부터 일본어가 세계무대에서 공용어로 사용되었는지도 알고 싶다.
한국남자골프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높아졌지만 대접만큼은 최악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에 가슴이 아프다.
최웅선 골프여행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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