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자골프의 '신성' 미야자토 아이

태국 파타야 사이암 컨트리 클럽 올드코스(파72, 6천469야드)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혼다 PTT LPGA 타일랜드’ 첫 날부터 노르웨이 빙하(氷河) '수잔 페테르손'의 독주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3라운드까지 이어졌다. 대회 마지막 날 미디어센터에서는 2위와 5타를 앞선 채 출발한 수잔 페테르손이 전반 9홀을 1타를 줄이는데 그쳤지만 기자들은 그녀의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점치고 기사 준비를 한다.

3위 그룹과 1타차 단독 2위로 3라운드를 마친 김송희는 4라운드 수잔 페테르손과 마지막 조로 출발했으나 챔피언조는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한다. 챔피언조 앞에 출발한 미야자토 아이는 선두와 6타차 공동 3위, 1번홀 Par5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그녀는 2번홀 보기를 하고 3번홀 버디로 원점으로 돌아온다. 6번홀 버디로 1타를 줄인 그녀는 7번홀 행운의 이글과 9번홀 버디로 전반에만 무려 4타를 줄이며, 단독 2위로 올라선다. 그러나 수잔 페테르손 역시 전반에 1타를 줄이며 그녀와 3타차 선두를 유지한다.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수잔의 뚝심을 알고 있는 기자들은 전반 9홀이 끝났지만 수잔의 우승을 기정사실화 하며 기사작성에 여념이 없다. 그 순간 필드에서는 대이변의 전주곡이 조용히 흐르고 미디어센터에 몰려 있던 일본인 기자들이 술렁이며 하나, 둘 빠져 나가더니 텅 비어 버린다.

미야자토는 10, 11번홀 줄버디와 13번홀 버디로 후반 4홀에서 3타를 더 줄이며, 13번 홀까지 2타를 더 줄인 수잔과 2타차 단독 2위까지 바짝 따라 붙는 뒷심을 발휘한다. 미야자토가 14번 홀을 파로 홀 아웃하고 뒤 따르던 수잔도 파로 마무리한다.

남은 4홀에서 1타차 역전은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15번 홀에 들어선 미야자토가 버디로 1타를 더 줄여 동타를 이룬다. 15번 홀을 파로 홀 아웃하고 16번 Par3에 들어서자 수잔의 눈에 스코어보드가 들어 온다. 스코어보드를 애써 외면하던 수잔이 미야자토의 추격에 심한 압박을 받고 티샷이 그린을 놓치며 보기로 홀 아웃, 미야자토에게 선두를 내 준다.

Par5의 비교적 짧지만 그린이 어려운 18번홀.
미야자토가 티샷, 세컨샷을 잘 치고 세 번째 샷을 그린오버하며 내리막에 꽂힌 핀이 Par 세이브 하기에도 어려운 상태…. 뒤 따르던 수잔은 2온을 시도하며 페어웨이에서 미야자토의 홀 아웃을 기다리고 있다. 3라운드 동안 18번에서 버디를 놓친 적 없는 수잔을 의식한 듯 이리저리 라인을 살피지만 핀의 위치와 볼이 놓인 상태로는 버디는 불가능….

▲ 18번홀 극적인 우승 칩인버디에 감격하는 미야자토 아이

수많은 갤러리와 보도진이 운집한 18번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고요가 흐르고 미야자토가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압박을 느끼는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백스윙을 해 볼을 밀어낸다. 그린 엣지에 떨어진 볼이 눈이라도 달린 듯 홀(hole)로 빨려 들어간다.

극적인 버디 쇼!!!

그러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잔이 긴장감을 애써 누르며 빈 스윙을 한다. 이글을 하지 않는 이상 우승은 날아갔다. 잘 맞은 세컨샷이 핀 오른쪽 2.5m에 떨어진다. 퍼팅라인이 어렵지 않아 이글이 나올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지루할 정도로 꼼꼼히 라인을 보던 수잔의 볼이 컵 쪽으로 구른다. 갤러리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볼은 홀을 외면하다.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8개, 보기 1개로 9언더파를 몰아치며 3라운드까지 무풍 질주하던 수잔 페테르손(노르웨이)를 제치고 개막전 우승과 더불어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까지 개막 2연승과 함께 LPGA투어 2010시즌 5승이라는 생애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올해의 선수상과 세계랭킹 1위 그리고 상금왕을 노렸지만, 경합을 벌이던 올해의 선수상은 LPGA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진출 실패로 대만의 쳉 야니에게, 상금왕은 최나연에게 세계랭킹 1위(6월 21일자)는 시즌 중간에 잠시 머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21일 일본 프로스포츠 대상에서 수훈상을 수상한 미야자토 아이는 "올해 목표였던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놓쳤지만 내년 시즌에는 올해의 선수상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내년 시즌 포부를 밝혔다.

일본여자골프의 '신성' 미야자토 아이의 내년 시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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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 골프여행전문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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