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 오프 시간을 앞두고 연습하는 선수들

초보자들이 볼 때 골프(golf)는 작대기 들고 공을 쳐 구멍에 넣는 단순한 운동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골프채(club)를 들어 올려 휘두름과 동시에 조그만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시원하게 날아간다.

눈으로 보기엔 단순한 동작이 막상 클럽을 손에 쥐고 휘둘러 보면 볼(ball)이 공중으로 날아가지 않고 필드하키(field hockey)를 하듯 땅바닥으로 굴러간다. 뚜껑이 열려 힘을 주고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헛 스윙(Swing)를 하거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볼이 멋대로 간다.

골프에 입문하면 제일먼저 배우는 것이 어드레스(address)자세와 골프클럽을 잡는 그립(grip)을 배운다. 볼을 치고 싶은 마음은 급한데 선생님(프로골퍼)은 어드레스자세는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척추는 펴고, 고개는 들고, 발 간격은 얼만큼 벌리고 어쩌고 저쩌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이 아픈데 그립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주절주절…. 끝이 없다.

어드레스와 그립이 대충되면 한술 더 떠 친 볼이 눈 앞에 떨어지는 테이크어웨이(take a way)라는 똑딱이를 가르친다. 다른 사람처럼 클럽을 높이 올려 볼을 멀리 보내고 싶은데 프로라는 작자는 "그렇게 하면 안돼요! 이렇게 하세요!"라고 잔소리만 한다. 속이 부대찌개 끓듯 부글부글 하지만 연습장 이용료와 레슨비는 이미 지불한 상태…. 속성으로 배우고 싶은데 어찌하리!

골프를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beginner)의 마음이 급해도 멈출 줄 모르고 잔소리를 하는 프로를 선생님으로 모셨다면 골프의 첫 발을 잘 디뎠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처음 2주간 배우는 기본자세는 훗날 골퍼(golfer)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로 2~3년 내에 싱글골퍼(single golfer)가 되느냐 100타를 간신히 깨는 주말골퍼가 되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기본기가 약한 골퍼는 경제적 능력이 좋아 일주일에 한두 번 라운딩을 하고 여름과 겨울엔 동남아 골프전지훈련을 매년 다닌다 해도 베스트스코어(best score)가 80대 중반에 머무는 보기플레이어(bogey player)에 만족해야 한다.

▲ 연습하는 박세리

남자골퍼라면 파워 넘치는 멋진 스윙, 여자골퍼라면 우아하고 아름다운 스윙으로 볼을 멀리 똑바로 보내기를 남녀노소 모두가 바란다.

세계최고의 골퍼 타이거 우즈(미국)의 스윙은 파워 풀 하면서도 정확한 샷으로 미국 PGA무대에서 함께 뛰는 선수들에게도 '스윙모델(Swing model)'이 되고 있다. 세계적 선수들 사이에서도 차원이 다른 스윙을 하는 그에게 첫 골프 스승인 아버지 '얼 우즈'는 어린 아들에게 오늘에 만족보다는 내일을 기약하는 골프의 기본자세를 가르쳤다. 아버지의 미래를 내다보는 가르침이 오늘의 타이거 우즈를 만들었다.

물론, 세계적 티칭프로 '부치하먼'과 지난 6년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함께 했던 스윙코치 '행크 헤이니'의 가르침도 한몫 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부치하먼과 행크 헤이니의 스윙 메커니즘(mechanism)은 정반대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세계최고의 선수가 세계최고의 스윙코치인 부치하먼에서 정반대의 메커니즘을 가진 무명인 행크 헤이니로 코치를 교체하는 모험을 하면서도 세계최고의 선수로 정상에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스윙의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코치가 바뀌며 전혀 다른 스윙을 했지만 중요한 뼈대인 기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타이거 우즈를 꺾을 수 있는 대항마라 자타가 공인하며 큰 소리 쳤던 세르지오 가르시아는 최정상에 있을 때 자신의 스윙에 한계점을 알고 스윙을 바꾸다 실패해 촉망 받던 선수에서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유는 기본기가 튼튼하지 못해서이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해외에서 찾지 않더라도 국내에도 사례는 많다. 현재 코리안투어(KPGA Tour)를 점령하고 있는 선수들은 20대이다. 그들이 골프를 쳤으면 얼마나 쳤을까 생각해 보자. 골프전문가들이 말하는 골프선수의 최고 전성기는 30대 중반이라고 한다.

KPGA와 KLPGA 무대의 정상급 선수들이 왜 20대일까? 최정상의 기량을 보여야 할 30대의 선수들보다 20대 선수들의 실력이 좋은 건 먼저 골프를 시작한 선배선수들 보다 기본기가 좋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튼튼한 골퍼들은 연습볼을 치면 칠수록 라운딩을 하면 할수록 어떤 자세로 스윙을 해야 하는지 볼은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를 몸으로 배우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신을 느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운동엔 기본이 있듯 작대기(club) 들고 휘두르는 골프 또한 볼을 멀리 똑바로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기를 철저히 마스터하는 것이 늦게 시작한 골프지만 앞선 사람들보다 더 잘 칠 수 있는 지름길이자 정도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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