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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넝카이에서 만난 사람들②….
최웅선 기자 | 승인 2009.12.01 23:47
12명의 형제·자매 중 넷째인 그녀는 뚝뚝을 운행하고, 여덟째, 그리고 막내가 함께 카손(KASORN)마사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뚝뚝 아줌마의 나이는 올해 마흔둘이었다. 남편은 바람나서 다른 여자와 애 낳고 살고 있고, 아이 둘이 있지만 다른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자신은 동생들과 함께 가게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서른여섯의 여덟째도 스물일곱인 막내도 무슨 사연에서인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언니와 동생과 함께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하다고 여덟째는 말한다.

   
▲ ‘왓 하이 속(WAT HAI SOK)’ 맞은편 거리의 KASORN MASSAGE
   
▲ ‘왓 하이 속(WAT HAI SOK)’ 맞은편 KASORN MASSAGE
   
▲ ‘왓 하이 속(WAT HAI SOK)’ 맞은편 KASORN MASSAGE
참새가 방앗간을 보고 그냥 지나갈 수도 없거니와 우리 몸도 계속된 스케줄에 지쳐 그녀들에게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마사지란 것이 묘해서 경력 없는 마사지사에게 안마를 받으면 몸이 더 피곤하기에 불안했지만 도와준다는 셈치고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전신 마사지가 2시간에 300바트, 1시간에 180바트로 다른 관광지와 비슷했다. 마사지는 의외로 잘했다. 몇 일전 수린((SURIN)에서의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찌뿌듯 했는데 풀리는 것 같았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가게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더니 마사지 교육필증이 여덟째의 사진과 함께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지정된 학원에서 150시간 실기 교육을 받아 마사지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는 증서였다.

   
▲ ‘왓 하이 속(WAT HAI SOK)' 탐분이 끝나고 실을 풀고 있는 모습
개운하게 마사지를 받고 잔잔한 불경 소리에 끌려 가게 앞에 있는 ‘왓 하이 속(WAT HAI SOK)’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님과 함께 ‘탐분’을 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귀신 복장을 한 사람이 방망이를 들고 스님과 함께 앉아 있었고, 스님이 잡고 있는 명주실은 천장으로 이어져 빨간 부적과 함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귀신을 쫓고 있는 것이었다.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진을 찍으려니 탐분이 끝났다.

넝카이의 아침은 쌀쌀했지만 상쾌했다. 오랜만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이불을 덥고 잠을 잘 잔 탓인지 몸도 가벼웠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부페식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마사지 가게로 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 1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천천히 걸었다.

   
▲ ‘왓 살라 캐우 쿠(Wat Sala Kaeo Ku)’의 부처
뚝뚝 아줌마의 뚝뚝을 타고 넝카이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왓 살라 캐우 쿠(Wat Sala Kaeo Ku)’로 향했다. 탓 사뎃에서 5km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있는 왓 살라 캐우 쿠는 ‘조각공원(The Sculpture Park)’이라고도 불리는 부처와 힌두교 신들을 함께 조각한 조각 공원으로 1932년 넝카이에서 태어나 라오스에서 성장한 ‘푸 루앙 수리랏’에 의해 건축되었으며, 라오스 비엔티안 외곽 메콩 강변에 있는 ‘부처공원(Buddha Park. Xieng Khouan)이 그의 작품이다.

입장료 20바트를 내고 들어 간 공원은 중국인 관광객과 서양인들이 주를 이루었고 한국인여행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라오스 부처 공원과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힌두신과 코브라를 형상화한 조각상이 많았다.

   
▲ ‘왓 푸 차이(Wat Pho Chai)’에서 불공 드리는 사람들...
   
▲ ‘왓 푸 차이(Wat Pho Chai)'의 불당
돌아오는 길에 넝카이 버스터미널 근처의 ‘왓 푸 차이(Wat Pho Chai)’에 들렀다. 왓 살라 캐우 쿠와 왓 푸 차이는 넝카이의 관광코스인지 왓 살라 캐우 쿠에서 보았던 외국관광객들이 있었다. 왓 푸 차이는 넝카이의 유명한 사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일임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방문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 중엔 특히 일본인이 많았다.

오전 일찍 왓 살라 캐우 쿠와 왓 푸 차이를 둘러 보고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카손(KASORN)마사지로 돌아왔다. 열심히 사는 그녀들과 함께 점심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가게에 손님이 있어 우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메콩강변의 식당에서 넝카이 대표 음식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쏨땀 타이’와 ‘까이 텃’, ‘커무양’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 자신의 뚝뚝이에서 포즈를 취한 12남매 중 넷째 '뚝뚝 아줌마'
방콕으로 돌아가는 기차는 오후 6시30분. 5시간이 남았다. 뚝뚝 아줌마는 내게 넝카이의 이곳 저곳을 권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고, 시간에 쫓겨 너무 급하게 이곳에 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에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덟째 동생은 손님이 없을 땐 열심히 뜨개질을 했다. 여덟째가 마사지를 하고 있으면 막내가 대신 뜨개질을 했다. 문뜩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나는 손 뜨개질 스웨터를 입어 보지 못했지만 부모님이 손 뜨개질로 손수 지어주신 스웨터를 입고 등교하는 친구들을 보고 나도 입어 보고 싶었던 기억이 났다.

누구에게 주려고 뜨개질을 하냐고 물어 보니 추운 겨울에 뚝뚝을 운전하고 다니는 넷째 언니를 위해서라고 답한다. 넉넉하지 않은 삶이지만 마음을 나누는 그들 자매의 정이 더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 손님을 기다리는 '뚝뚝'
한가한 그녀들에게 짧은 태국어 실력으로 비싼 뚝뚝 요금에 대해 물었다. 현지인에게 얼마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에게 받는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외국인이라 비싼 요금은 감수하지만 2~3km 거리를 무조건 100바트 정도 부른다. 현지인들도 그렇게 내고 타느냐? 고 물었다. 현지인들은 훨씬 싸게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현지인과 외국인들 똑같이 생각하고 같은 요금을 받는다고 한다. 사실 다른 뚝뚝 보다 그녀의 뚝뚝 요금은 훨씬 저렴했다.

나는 직업상 태국의 거의 모든 지역을 여행했다. 태국 ‘짬밥’ 때문인지 말을 잘 못해도 현지인 취급을 받아 저렴하게 여행을 하고 다닌다. 지난 6월 새벽 3시에 수코타이에 도착한 나는 고급 리조트에 들어가 1시간 30분 실랑이 끝에 50% DC 받아 투숙했던 경험이 있다.

무턱대고 불러대는 바가지 요금이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을 돌려 보낸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비엔티안에는 관광객이 많으냐고 물었다. 본대로 느낀 대로 대답해 주었다. 자꾸만 줄어드는 관광객에 대한 삶의 불안감이 스치는 것을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다. 태국어 실력이 짧아 깊은 얘기는 나눌 수 없음이 아쉬웠다.

텅 빈 가게에 여성 유럽여행자가 찾아 왔다. 얘기를 나누던 그녀가 가게 안으로 들어 가 유럽여성에게 마사지를 한다. 뚝뚝 손님이 없을 때는 가게에서 마사지를 하고, 그녀가 마사지를 하고 있을 때 뚝뚝 손님이 오면 동생들이 대신 뚝뚝을 운행하며 내일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그녀들….

   
▲ 넝카이 역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그녀들의 삶의 터전인 가게에 좁은 자리를 내어 주며 피곤할 텐데 내 집 같이 생각하고 편히 누워 쉬라는 그녀들….

3개월 전 한 번 본 나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 온 나에게 친구라는 생각을 하며 오전 내 뚝뚝을 전세 내어 타고 다녀도 가격을 흥정하지도 묻지도 않는 그녀….

‘초이(CHOI)라는 내 성을 자꾸 잊어 먹어 나에게 ‘띵똥(바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내 성을 기억하려는 여덟째….

3개월 후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기차역으로 떠나는 우리를 손님 때문에 자신이 배웅하지 못하고 막내를 보내는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한 그녀를 뒤로 하고 우리는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최웅선 기자  wschoi@golf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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