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후 기자회견하는 홍지원<KLPGA제공>

[와이드스포츠(춘천) 최웅선 기자]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순위 30위권 선수들은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50위권은 상금만 수령하는 선수 그 이하는 우승자의 들러리로 매년 시드를 걱정해야 하는 ‘무명배우’다.

올해 2년차 홍지원(22)도 메이저 퀸에 오를 때까지는 주연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한낮 무명배우, 즉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한화클래식은 골프선수로서 시련을 겪을 때 희망을 주고 미래를 활짝 열어 주었다.

신인시절인 지난해 시드 걱정으로 잠 못 이룰 때 한화클래식 3위라는 최고성적은 시드를 유지해 주고 상금순위 30위권으로 도약하며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탈바꿈시켰다.

그런데 2년차의 징크스일까. 올해 초부터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속을 썩였다. 컷 탈락도 잦았다. 한화클래식 전까지 19개 대회에 출전해 10차례나 컷 탈락했다. 상금순위 또한 82위로 내년 시드를 걱정해야할 처지였다.

지난해 좋은 추억을 되살려 도약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한화클래식은 홍지원을 배반하지 않았다.

스타급 선수도 80대 스코어를 칠 정도로 난도 높은 코스세팅이었지만 그는 대회 첫날부터 주어진 숙제를 하나하나 풀어갔다.

100점을 맞으려는 의도는 없었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놓치면 타수를 지키기보다 쉽게 보기를 할 수 있는 쪽으로 공략했다.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강풍에 낙엽 떨어지듯 더블보기 이상이 쏟아졌지만 홍지원은 4라운드 72홀 경기 중 단 한 번도 더블보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장 약점이자 속을 썩였던 퍼팅도 살아났다. 홍지원은 “그린 컨디션이 좋고 빠른 그린에서 퍼트를 하다 보니 본대로 공이 굴러갔다”고 말했다.

약점이 보안되자 한화클래식 사상 가장 난도 높게 세팅이 됐다는 이번 대회 첫날부터 선수권에 이름을 올렸고 2라운드 공동선두, 3라운드 단독선두, 최종일 언더파 스코어는 적어내지 못했지만 4라운드 합계 이븐파 288타를 기록했다.

가장 어렵게 세팅된 코스에서 일궈낸 우승으로 2위 박민지와는 4타차의 압도적인 승리로 무명배우에서 주연배우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짜릿한 순간이다. 

홍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약점이었던 퍼팅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아직도 고칠 것도 부족한 것도 많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웅선 기자  wide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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