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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박규태, “내 꿈은 사랑받고 배려하고 존경받는 선수”
최웅선 기자 | 승인 2019.06.30 06:51
▲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 하는 박규태<사진 최웅선 기자>

[와이드스포츠(양산) 최웅선 기자]“우승 많이 하고 성적이 좋다고 훌륭한 선수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투정 부릴 나이인 열아홉 살 박태규의 힘 있는 목소리에 옆에 있던 부친 박원대(51) 씨가 화들짝 놀란다.

놀란 것도 잠시뿐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의 대견한 모습에 입 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박규태는 올해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신인이다. 주니어시절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찌감치 국가상비군을 뽑힐 정도로 유망주다.

부친 박 씨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아마추어의 꽃인 국가대표에 발탁되길 내심 바랐지만 유독 선발전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했다.

실력이 모자란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고등학교 재학 중 한 번은 국가대표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박)규태는 “아빠! 그냥 일찍 프로데뷔 할래요”라고 선언한다.

일방적 선언에 섭섭함도 있었지만 박 씨는 아들이 뜻하는 대로 힘을 실어줬다.

주니어선수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꿈은 프로 데뷔 전 가슴에 태극마크가 박힌 유니폼과 모자를 쓰는 것.

박 씨는 다른 부모보다 더 간절했다. 자신 또한 주니어선수 출신의 ‘무명’ 프로골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자식이 하고 싶은 걸 해 주고 싶었다.

아들 (박)규태 또한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스스로의 기준을 정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했다.

박태규는 “가식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아빠는 나의 가장 큰 스승이자 조언자”라며 “스윙이 잘 안될 때 아빠에게 조언을 구하면 족집게처럼 풀어 준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박 씨는 아들을 자신이 가르치지 않고 전문코치에게 맡겼다.

자식을 골프선수로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박 씨는 잘 안다. 자신이 골프를 할 때 (박)규태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희생이 컸던 걸 알아 서다.

그래서 골프선수의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아들은 쑥쑥 성장했다.

아버지가 프로이기에 잔소리가 많았을 법하다. 박규태는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릴 땐 아빠 잔소리는 많았다. 하지만 아빠의 말씀을 다 듣고 연습해보면 잔소리가 아니라 맞는 말씀이라는 걸 깨달아서 그런지 내 실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들을 수 밖 없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빠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고 폭풍 잔소리를 할 땐 정말 싫었다”고 옆에 앉은 아빠를 힐끗 쳐다봤다.

박규태는 생일이 8월이라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준회원 테스트에 응시했다. 국가상비군을 지낼 정도의 실력이니 단번에 합격했다. 2017년이다.

박규태는 “드라이버 입스가 오면서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떨어졌고 아마추어의 꿈인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동시에 날아갔다. 그럴 바에야 빨리 프로 전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빠른 프로 전향에 이유를 설명했다.

해가 바뀌고 1차 정회원 선발전에 나갔다. 본선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준회원 자격으로 KPGA 2부 투어를 뛰었다.

그리곤 우승은 없었지만 빼어난 성적을 내고 일찌감치 상금순위로 정회원 자격을 확정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멈추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코리안투어에 데뷔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2차 정회원 선발전에 나가 당당히 합격하고 ‘퀄리파잉 토너먼트(QT)’까지 내달렸다.

예선 1위를 달리면서 승승장구 했지만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QT 마지막 날 흔들리면서 가까스로 시드를 잡았다. 국가대표 출신도 툭하면 떨어지는 QT를 단번에 통과한 것.

그래서 박규태는 올해 코리안투어 선수 중 가장 어린 막내로 자신의 골프인생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하지만 코리안투어의 콘크리트 보다 단단한 선수층과 벽은 높았다. 데뷔 전부터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했다.

박규태는 “2부 투어 성적이 좋아서 데뷔전에서도 2부 투어처럼 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하니까 ‘여기가 현실이구나‘를 느끼면서 연습방법을 달리했다”고 웃는다.

효과는 총알보다 더 빨랐다. 이달 초 상반기 마지막 대회로 열린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예선을 통과하고 33위의 호성적을 낸 것.

시드 순위 143위였던 박규태는 상반기 ‘리랭킹’으로 열 계단 오른 133위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하반기 첫 대회인 제62회 KPGA 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해 3라운드 현재 7언더파 203타 공동 19위에 자리했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고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 박규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코리안투어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노력이 가장 컸지만 박규태는 “아빠는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명령으로 들릴 때도 많았다. 그런데 코리안투어 QT 때는 명령이 아닌 상의를 하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의 꿈은 PGA투어다. 내 꿈 또한 PGA투어다. 하지만 내가 어느 투어에서 뛰건 아빠와 함께 꿈을 펼쳐 나가고 싶다. 또한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 보다 골프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 그리고 선배를 공경하고 동료를 배려하며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된다면 부모님이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태가 최종일경기에서 샷에 신이 내린다 해도 우승과는 무관한 위치다. 하지만 그가 한국남자골프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임에도 틀림없어 보인다.

최웅선 기자  wide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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