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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아버지의 헌신이 만든 서형석의 코리안투어 두 번째 우승…묵언수행(默言修行)
최웅선 기자 | 승인 2019.05.27 11:15
▲ 서형석과 부친 서준종 씨

[와이드스포츠(이천) 최웅선 기자]‘아들을 위해서라면…‘

26일 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자가 결정되자 중년의 신사가 한쪽에서 눈시울을 붉힌다. 3타차 역전우승을 거둔 서형석(22)의 부친 서준종(57) 씨다.

부친 서 씨는 코리안투어에서 ‘아들 바보’라고 소문난 ‘골프 대디’다. 서 씨는 여느 골프 대디와는 다르다. 대회에 출전한 아들의 식사와 잠자리 그리고 대회장을 오고갈 때 운전만 해 준다. 일체 참견이 없다.

아들 (서)형석은 “어릴 땐 아버지가 너무 엄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 나를 위해 엄하게 키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엄하던 아버지는 프로 데뷔하고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밀어 주시고 믿어 주신다”고 활짝 웃는다.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서형석은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서 씨와 아내 박영미(52) 씨는 딸(서경진.28)을 낳고 더 이상 자녀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아들 하나 있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오랜 ‘불공(佛供)’ 끝에 (서)형석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늦둥이’ 아들이라 조부와 부모는 물론 여섯 살 터울인 누나의 귀염둥이였다. 하지만 형석은 서 씨의 차지였다. 아내 박 씨와 딸의 불만은 하늘을 뚫을 기세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섯 살인 아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를 가르쳤다. 그리고 아들은 천부적인 자질을 뽐내며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상비군에 발탁됐다. ‘싱글골퍼’였던 서 씨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골프를 끊었다.

국가대표를 거친 서형석은 고등학교 재학시절 KPGA 최연소로 프로 데뷔해 최연소로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과했다. 서형석의 의지였다.

아들의 데뷔 전을 앞둔 서 씨는 절을 찾았다. 스님은 “아들을 위해 ‘묵언수행(默言修行)‘하라”고 했다.

신한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후원사까지 등에 업은 서형석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코리안투어 ‘루키’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2년차 ‘징크스’를 피해갈 수 없었다. 투어선수에겐 ‘맹독’이라는 드라이버 ‘입스’까지 겹쳤다.

사춘기의 어린나이라 간섭이 심할 법도 했지만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서 씨는 “부모가 따라다니는 어린 선수들은 퍼트 실수를 하면 눈치를 보는데 이 녀석은 ‘쓰리퍼트’를 하고도 뻔뻔스럽게 아빠 얼굴을 보고 웃었다”고 한다.

골프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의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중요한 순간 미스 샷을 하고 부모의 눈치를 볼 때다. 행여 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일까 실수가 나올 때도 아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함께 웃었다.

험난한 여정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부자는 2017년 DGB대구경북오픈에서 생애 첫 승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당시 서 씨는 아들의 우승에도 활짝 웃지 못했다. 성적이 나지 않을 때 동고동락했던 부모의 심정을 잘 알아서다.

▲ 우승트로피 들고 가족과 함께 포즈 취한 서형석

뻔뻔한 아들이 생애 첫 승을 거두고 사고(?)를 쳤다. 생방송인터뷰에서 “내가 우승하면 스승인 모중경 프로에게 최고급 SUV자동차를 사주기로 했다”고 폭탄발언을 한 것. 우승상금을 요긴하게 써야할 부모의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다.

선수들은 종종 유명코치에게 우승선물 약속을 한다. 그러나 막상 우승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두루 뭉실’하게 넘어가기 일쑤다. 서 씨는 아들의 약속을 몰랐지만 모중경 프로에게 시가 6000만원 상당의 최고급 SUV를 선물했다. 서 씨는 “돈보다 아들의 신용이 더 중요했기에 아낌없이 썼다”고 회상했다.

그 뿐이 아니라 대회를 개최해준 골프장 등 아들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곳에 ‘우승 떡’을 돌리느라 3000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돈보다 아들이 먼저였다. 우승상금 1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

서 씨는 “형석이가 성적을 내지 못하고 부진할 때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며 “돈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서형석은 생애 첫 승 후 1년 8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서 씨는 “앞으로 3년 만 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그 다음부터는 소홀했던 아내와 딸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아들이 투어를 뛰는 동안 묵언수행은 계속된다”고 웃었다.

최웅선 기자  widesport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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