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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박경남, “내게 골프는 가업이고 숙명이다”
최웅선 기자 | 승인 2018.11.02 18:30




▲ 경기 후 인터뷰하는 박경남

[와이드스포츠(제주) 최웅선 기자]코리안투어에 3대째 가업을 잇는 이가 있다. ‘무명’ 박경남(34)이다.

박경남의 가업은 ‘골프’다. 할아버지는 ‘그린키퍼’이셨고 아버지는 2001년까지 코리안투어에서 활동하던 박연태(64)다. 박경남의 친형(준성) 또한 프로골퍼지만 지금은 골프를 그만두고 건국대에서 ‘운동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3,4대 회장을 역임한 고 박명출 고문의 재종손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해야 하는 줄만 알았고 자연스레 투어선수가 되어 가업을 잇고 있다”고 웃는다. 우월한 유전자 때문인지 어려움 없이 코리안투어에 입문했다. 14년 전인 2004년이다.

박경남은 데뷔 첫해인 2004년 스포츠토토 오픈 골프대회에서 단독 5위를 하며 무서운 ‘루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첫해 우승은 없지만 2년차인 이듬해 에머슨 퍼시픽그룹오픈 3라운드 선두에 올랐다. 손안에 우승이 잡힐 것 같았다. 하지만 경험 없는 선수 대부분이 그렇듯 최종일 무너져 공동 10위에 그쳤다. 하지만 집안의 기대는 컸다.

풀어야할 숙명이 있어서다. “아버지가 15년이나 투어를 뛰셨지만 우승이 없다. 한 번도 말씀 하신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한(恨)’을 내가 풀어 드려야 한다”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면서 “우승트로피를 들고 아버지 앞에 있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목이 메인다”고 한다.

그의 투어생활은 어느 덧 아버지와 비슷한 연차가 됐다. 그러나 잘 풀릴 줄 알았던 그의 골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성적부진으로 시드를 지키지 못하고 법을 먹듯 Q스쿨에 가야했고 살아오지 못해 실업자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업이기에 한 번도 포기란 단어를 머리에 떠올리지 않았다. 그저 운명이라 믿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고 했다. 4년 전쯤이다. 그에게도 희망이 보였다. 박경남은 “샷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 스윙을 교정했다”고 한다. 문제점을 교정하면 또 하나의 문제점이 생겼다. 그렇게 여기저기 조이고 기름칠을 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 스윙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는 것이 두려워졌고 사람을 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1번홀에서 두 번째 샷하는 박경남

골프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몸과 마음은 숯검정이 된지 오래다. 박경남은 “고민 끝에 아버지께 ‘골프를 그만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경제적인 뒷바라지를 해 주겠다’. ‘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아버지 앞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골프에 매진했지만 안 되던 골프가 갑자기 잘될 리 만무했다. 매년 Q스쿨을 가야했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다. 박경남은 “작년 어느 날 아버지가 조용히 불러 개명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여러 이름이 나올 법도 했지만 ‘경남’이라는 딱 하나가 나왔다. 여러 군데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았다. 그는 “코리안투어 10승을 한 강경남과 이름이 똑같아 망설였지만 ‘경남’이란 이름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경남이라고 개명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바꾸고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아졌다”고 웃었다.

그의 힘든 골프인생에도 오랜 만에 코리안투어 시드를 유지하게 됐고 9년 만에 우승 기회를 잡는 겹경사가 났다. 2일 제주도 제주시의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 마레-비타코스(파72) 열린 KPGA 코리안투어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 대회 2라운드에서 5언더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린 것. 박경남은 “마음을 내려놨더니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내 공의 탄도가 낮아 바람에 강하다. 바람이 더 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선두권인데 우승을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아버지의 한을 꼭 풀어드리고 싶지만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수록 더 힘들어지더라”며 “끝까지 마음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재경‘에서 ’경남‘으로 개명 후 처음 우승경쟁에 뛰어든 그가 이번 대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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