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우승을 차지한 변진재<KPGA제공>

[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유망주에서 기대주 그리고 프로전향 후에는 만년 우승후보.

변진재(29) 얘기다. 그는 아마추어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코리안투어에 입문했다.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은 탓에 대회 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숫한 기회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무관이다. 그는 “처음엔 경험이 없어 기회를 유지하지 못했고 나중엔 최종일 체력적인 문제로 날카로움을 잊었다. 한마디로 집중력 부재였다”고 번번이 우승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유를 털어놨다.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한 그는 모든 걸 한 번에 바꿔 모래성을 만들기보다 견고한 설계를 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성적으로 결과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만 무려 일곱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선수층이 ‘콘크리트’인 남자투어에서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톱10 진입률 39%였다.

그럼에도 올해 성적은 바닥이었다. 매치플레이에서는 본선에 64강에도 들지 못했고 9개 대회에서 컷 탈락이 무려 5차례나 됐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작년 시즌이 끝난 11월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손목만 골절됐다. 그는 “손목만 다친 게 천운”이라고 말했다. 두 달가량 깁스를 하고 3개월째부터 재활훈련을 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골프채를 잡은 그의 손목은 온전치 않았다. 스윙을 하면 충격으로 통증이 심했다. 그러면서도 대회 출전을 강행한 이유가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미뤄두었던 군 입대가 예정돼서다. 그는 “투어 데뷔부터 우승이라는 부담이 존재했고 군대라는 부담 또한 엄청났다”며 “기대가 큰데 (우승을)많이 놓치다보니 내성이 생겨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 다음을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긍정적 마인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 자신의 공에 맞은 갤러리에게 사인한 장갑을 전해주는 변진재<JTBC방송 캡처>

지난 19일 경남 양산의 통도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 최종일 공동선두로 출발했다. 시즌 첫 우승 기회였다.

변진재는 마지막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선두에 1타 뒤진 상황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관전하던 갤러리에 맞았다. 공이 지면에 떨어진 뒤 튕겼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다.

어쩌면 군 입대 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현실에서 변진재는 다음 샷을 준비하기보다 자신의 공에 맞은 갤러리에 장갑에 ‘사인’을 한 뒤 전해주면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생애 첫 승을 위해선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을 핀에 붙여 버디를 해야 연장으로 갈 수 있는 긴박하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위해 경기에 집중하기보다 배려의 마음이 앞선 그의 준우승은 분명 우승만큼이나 빛났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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