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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쓰레기 줍는 ‘골프 맘’…서연정 엄마
최웅선 기자 | 승인 2018.08.13 06:36

[제주=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12일 제주도의 오라컨트리클럽(파72)은 다른 날과 다름없이 최종라운드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갤러리의 소리마저 유난히 컸다.

KLPGA투어 별들의 샷 전쟁을 보려는 갤러리가 이른 아침부터 몰린 까닭에 코스에는 빈 물병 등 쓰레기가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갔다.

1번홀 그린과 2번홀 티잉 그라운드의 풍경이었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첫날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단독선두로 나섰던 서연정(23.요진건설)은 둘째 날 2타를 잃고 이날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9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1번홀(파4) 버디에 성공한 서연정이 2번홀 티샷에 들어갔다. 갤러리의 시선은 일제히 티잉 그라운드로 향했다.

갤러리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 가운데 바람에 뒹구는 쓰레기를 줍는 이가 있었다.

▲ 서연정과 그의 어머니 김나경씨<사진=KLPGA투어 박준석 기자>

가지고 다니던 커다란 봉투에 쓰레기를 몽땅 담은 그는 선수들의 티샷이 모두 끝난 뒤 멀리 있던 쓰레기통에 버렸다.

바로 ‘골프 맘’ 서연정의 어머니 김나경(51)씨다.

서연정은 성격 좋고 남을 배려하는 선수로 동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골프 대디’와 ‘골프 맘’ 사이에서는 ‘이해심 많은 부부’로 소문났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기자가 본 광경은 한 두 번의 솜씨가 아니다. 쓰레기를 담을 봉투는 큰 것으로 미리 준비한 듯 했고 항상 하던 일처럼 어색함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씨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선수의 부모들이 갤러리를 하면서 대회장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얼굴이 빨개진 그는 쑥스러운 듯 냅다 달아났다.

김씨의 말처럼 선수들의 많은 부모가 대회장 쓰레기를 줍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여년을 넘게 KLPGA투어를 취재하면서 처음 본 광경임에는 분명했다.

김씨의 말을 KLPGA투어 박준석 사진기자에게 확인해 봤다. 박 기자는 지난 10여 년간 KLPGA투어를 한 번도 빠짐없이 취재해 코스 내 사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박 기자는 “내가 아는 한 대회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부모는 보지 못했다”며 “서연정 선수의 엄마가 쓰레기를 줍는 것이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기자는 김씨를 다시 찾았고 삼고초려 끝에 모녀의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

KLPGA투어 대회장은 골프 대디와 골프 맘 ‘여식(女息)’들의 일터이자 직장이다. 하지만 딸들의 경기에만 집중하지 주변 환경에는 신경 쓸 틈이 없다.

김씨 역시 딸의 경기에 몰입해야 했지만 그 틈틈이 주변 환경을 깨끗이 했다. 그의 행동을 작은 일이라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은 행동은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KLPGA투어의 질을 높인다.

투어 환경과 질이 높아지면 갤러리의 관심도는 더 상승해 흥행으로 이어진다. 또 투어의 흥행은 곧 더 많은 스폰서를 끌어들여 대회가 늘어나는 ‘나비효과’를 가져온다.

대회를 늘리는 일은 KLPGA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투어에서 뛰는 선수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성공적인 대회운영을 돕는 대행사 및 관계자들이 일심으로 노력해야 한다.

투어가 발전하면 그 혜택은 KLPGA가 아닌 선수와 그 가족 그리고 대행사 및 관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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