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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선의 인사이드]LPGA의 ‘유아독존’ 행보…KLPGA는 ‘허당’
최웅선 기자 | 승인 2018.06.11 08:27

[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오는 10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참가하는 8개국이 확정됐다. 한국은 박인비, 유소연, 박성현, 김인경 등 상위 4명이 모두 톱10에 오르며 첫 번째로 출전권을 받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는 이 대회를 세계 최초의 ‘골프국가대항전’이라고 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LPGA는 골프국가대항전이라고 하면서도 올해 처음 미국 밖인 한국에서 개최되고 한국선수들이 출전하지만 로컬투어인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아무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 말 그대로 ‘허당’이다.

인터내셔널 크라운 참가국 선발은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순위에서 각 국가당 상위 4명의 랭킹을 합산해 높은 국가에 출전권을 부여한다. 각국을 대표해 출전할 선수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끝난 직후 발표되는 세계랭킹 순으로 확정된다. 이 때 국가별 최종 시드도 부여된다.

LPGA투어가 아닌 자국의 로컬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싹쓸이’ 해도 세계랭킹 배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파는 골프국가대항전이라는 인터내셔널 크라운 출전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KLPGA투어 4승을 쓸어 담은 이정은6는 시즌 종료 후 세계랭킹 25위를 찍었다. 반면 아마추어로 출전해 KLPGA 2승을 거둔 최혜진은 15위로 더 높았다. 이정은이 LPGA 대회를 단 한 차례 출전한 반면 최혜진은 세계랭킹 배점이 높은 LPGA 대회에 4차례나 출전해서다.

LPGA가 세계 최고선수들의 경연장이라는데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하지만 KLPGA투어 또한 그들과 견주어도 모자람 없는 실력이다. 그럼에도 LPGA는 세계랭킹 기본 배점을 두 배 더 많이 가져간다. 여기에 출전선수의 세계랭킹이 높은 경우 배점은 몇 배 더 상승한다. 따라서 국내 선수들이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도 LPGA투어로 무대를 옮기기 전에는 세계랭킹 순위를 높일 수 없다.

남자골프 세계랭킹(world golf ranking)은 투어 규모에 따라 배점을 달리한다. 미국프로골프투어(PGA)와 인터내셔널 컨소시엄인 유러피언투어는 기본 24점으로 똑같다. 그래서 유럽선수들이 PGA투어를 거의 뛰지 않고도 세계랭킹 1위 선수가 나오는 구조다.

아시안투어, JGTO(일본), 션사인투어(남아공), 호주투어는 각 투어의 규모에 따라 배점에 차등이 있지만 일정순위에 오르면 PGA투어 메이저대회 초청선수로 나갈 수 있고 상금규모가 메이저 수준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출전자격을 준다. 또 이런 대회는 PGA투어 상금순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면 곧장 PGA투어 입성이 가능하도록 대문을 활짝 개방했다.

하지만 LPGA는 대등한 실력의 KLPGA를 무조건 한수 아래로 깔아 본다. 몇 년 전부터 세계랭킹 배점 상승을 요청했지만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또 자국에서의 낮은 인지도로 흥행을 위해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하지만 로컬인 KLPGA와 협의는 없었다. 또 참가국 별 선수선발은 다음 달 초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끝난 직후 발표되는 세계랭킹 순으로 확정되는데 KLPGA 멤버인 최혜진이 순위에 들 경우 한국팀 대표로 선발한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의 흥행을 위해 선수를 빼가겠다는 꿍꿍이다.

대회 출전 결정은 선수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적어도 해당 선수가 속해 있는 투어에는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행정은 둘째 치고라도 골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매너’의 문제다.

LPGA의 ‘안하무인’식 행보는 이뿐이 아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한국 개최가 확정되고 KLPGA에 대회 개최 시기 등을 협의해야 하는 것이 예의지만 그러지 않았다. 세계 최고인 PGA투어의 경우 한국에서 개최되는 CJ컵@나인브릿지를 개최할 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뿐 아니라 KLPGA와도 협의했다. LPGA는 대회날짜를 확정하고 통보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하 하이트진로)과 일정이 딱 겹쳤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도 이천의 하이트진로의 흥행참패가 뻔히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한국여자골프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우리선수가 세계무대에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다.

LPGA의 미국 내 인기는 바닥이다. 반면 아시아에서의 인기는 PGA투어 수준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선수들의 선전이 LPGA투어의 성장 동력이자 실력 있는 아시아 선수의 유입이 무한성장의 밑거름인 셈이다.

LPGA의 지속적인 우수 선수의 수혈을 위해선 로컬투어의 성장도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흥행을 위해 한국에 개최하면서도 KLPGA와 협의는커녕 메이저대회와 일정을 겹치게 해 국내투어를 죽이려는 모양새다. 한국이 ‘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LPGA가 골프국가대항전이라고 내세운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로컬투어를 죽여 가면서까지 자신들의 세력만 넓히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행보다. 유러피언투어와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PGA투어도 시장 확대를 위해 아시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지난해 한국 대회를 개최했고 2019년엔 일본에서도 열린다. 하지만 PGA투어는 로컬투어와 협의해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 LPGA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작은 파이를 혼자 독차지하려는 것 보다 파이를 키워 나눠 먹는 게 더 큰 몫을 챙길 수 있다는 걸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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