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2월 태국 전지훈련 중에 기자가 촬영한 서태석<사진=최웅선 기자>

[송도=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2014년 12월. 골프채를 처음 잡은 여덟 살 ‘꼬마’는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을 처음 접했지만 오전 일찍 라운드를 하고 오후에는 샷 연습,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체력훈련을 했다.

아이를 혼자 보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라 온 엄마는 한참 뛰고 놀아야 할 나이에 어른도 소화하기 힘든 빡빡한 하루를 보내는 아들이 안쓰러워 아이가 잠든 후 눈물을 닦아야 했다.

그리고 2018년 5월 23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특급대회’ 제네시스 챔피언십 공식기자회견장에서 3년 만에 만난 다시 만난 서태석(11.화산초)은 훌쩍 컸다. 태석이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태석이는 다짜고짜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에 우승할거에요”라며 승부욕을 불태운다.

▲ 제네시스 주니어 스킬스 챌린지 2위를 차지한 서형석<사진=최웅선 기자>

태석이는 여느 아이들과 달랐다. 골프도 자신이 하고 싶어 부모를 졸랐고 전지훈련 때는 엄마가 말려도 ‘큰 선수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훈련을 했다. 하지만 골프일과가 끝나면 또래의 아이들처럼 응석받이였다.

태석이가 한국남자골프 ‘톱스타’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제네시스가 주니어 유망주 육성을 위해 코리안투어 스타가 직접 멘토링을 하고 팀 대결을 펼치는 ‘제네시스 주니어 스킬스 챌린지’에서 2위를 해서다.

태석이는 “저 드라이버 230야드 쳐요”라며 “스윙이 가장 자신 있어요”라고 자랑한다. 이어 “요즘 퍼팅이 안 돼서 속상한데 퍼팅이 잘 되면 매번 언더파 칠 수 있어요”라고 또래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태석이는 지난해 초등연맹에서 주관하는 전국대회에서 무려 8차례나 우승했다. 사실상 ‘싹쓸이’ 한 것. 그도 그럴 것이 태석이의 평균 스코어는 1오버파 정도다. 베스트 스코어는 4언더파 68타다.

이번 주 PGA투어에서 활동하던 위창수에게 멘토링과 함께 쇼트게임 레슨을 받은 태석이는 빨리 커서 코리안투어에 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태석이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가장 잘 치는 선수’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동안 스윙 연습하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방과 후 연습장에서 오후 6시 30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1시간 30분 동안 퍼팅연습을 한다”고 한다.

태석이는 국가상비군 포인트를 벌써 100점이나 쌓았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국가상비군에 뽑힐 것이다.

▲ 23일 제네시스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장에 박상현과 나란히 앉은 서태석

열한 살 태석이는 이날 자신의 꿈인 세계 ‘넘버1‘에 또 하나의 동기부여를 받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코리안투어 박상현(35)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았기 때문이다.

박상현은 “나도 처음 골프를 할 때 최경주 프로님을 보며 꿈을 키웠다”며 “태석이가 나를 모델로 삼았다는 게 뜻밖의 감격”이라고 깜짝 놀랐다. 이어 “우리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모범을 보이고 시간이 되면 태석이가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게끔 멘토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꼬마’ 태석이는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저작권자 © 와이드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