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인터뷰 하는 전가람<KPGA제공>

[김해=최웅선 기자]22일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18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라운드가 각각 경기도 포천과 경남 김해에서 열렸다.

코리안투어에서는 전가람(23)이 생애 첫 승에 감격을 누렸고 KLPGA투어에서는 이소영(21)이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정회원이었던 전가람은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투어의 꿈을 포기하고 골프장 캐디로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골프장(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2015년 제11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 캐디로 나선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며 다시 골프채를 잡았고 꿈을 이뤘다.

▲ 프트라인을 살피는 남소연과 그의 캐디

KLPGA투어에서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생애 최고 성적을 낸 숨은 별이 있었다. 남소연(27)이다.

남소연은 2008년 KLPGA에 입회했다. 올해가 딱 10년째다. 점프투어와 드림투어를 거친 그는 2010년 정규투어에 입성했다. 성적부진으로 드림투어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그는 2015년 톱10에 세 번 입상하면서 처음으로 시드를 유지했다. 최고성적은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6위다.

남소연은 “선수로서 창피한 얘기지만 우승이란 꿈을 내려놓은 지 오래”라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우승할 수 없는 선수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다는 게 이유였다.

남소연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쭉 시드를 유지했다. 실력은 검증 받은 것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의 강세는 자신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대회 2라운드가 끝나고 선두와 4타차인 그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을 때도 “우승경쟁은 어림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던 그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오지현, 장하나 등 정상급 선수들과 공동 2위라는 최고 성적을 냈다.

투어 입성 10년 만에 생애 최고의 성적을 낸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다. 그는 2라운드 경기 후 “18번홀에서 더블보기만 하지 않았다면…”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다. 투어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 상금랭킹 중위권 선수들의 라운드별 스코어를 보면 평균 2~3개의 버디를 한다. 라운드 당 평균 2개로 잡고 4라운드면 8언더파다. 우승 스코어로는 충분하다.

남소연은 우승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 자신이 우승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남소연은 자신도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번 대회 준우승이 남소연의 생애 최고의 골프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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