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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한진선, “목표보다는 인성을 갖춘 ‘참된 사람’이 먼저예요”
최웅선 기자 | 승인 2018.04.21 21:37
▲ 인터뷰 후 활짝 웃는 한진선<최웅선 기자>

[김해=와이드스포츠 최웅선 기자]“골프 어떻게 시작했냐고요? 부모님이 시키니까 했죠”

21일 경남 김해의 가야컨트리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KLPGA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 대회 2라운드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에 마주한 ‘루키’ 한진선(22.볼빅)은 골프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부모님의 강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골프가 제일 좋다”고 한다.

한진선은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북한의 인민군도 무서워한다는 ‘중1’의 사춘기였지만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의 이유 없는 반항은 툭하면 부모와 갈등을 빚었다.

얼굴만 마주치면 티격태격 했지만 한 가지는 꼭 지켰다. ‘남들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싫은 골프였지만 꾸준히 연습했다. 더욱이 학교수업을 모두 마치고 방과 후 골프는 충분히 연습하기에 시간이 모자랐다. 하지만 한진선의 꾸준함과 노력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고1 때 출전한 용인대 총장배에서 4위를 하면서 골프에 재미를 붙였다.

또래보다 늦게 시작한 골프였지만 재미를 붙이자 빛의 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와 부모의 희망이었던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아마추어로 남지 않고 프로 전향을 해서다.

한진선이 처음 골프를 할 땐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친의 사업이 어려워졌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엄마가 은행원이라 꽤 괜찮은 연봉을 받아 생활에 문제는 없었지만 레슨비와 아마추어 대회에 들어가는 경비, 그리고 언니의 대학등록금을 대기엔 버거웠다.

부친은 작은 딸(한진선)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겨울 전지훈련을 보내면 막노동판에 나가 경비를 보탰다. 한진선은 경제적 어려움을 전혀 몰랐다. 딸이 부담을 가질까 내색을 하지 않아서다.

생일이 12월인 한진선은 또래가 모두 프로전향을 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KLPGA 준회원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었다. 첫 응시였지만 1등으로 붙었다. 그리고 점프투어에 진출해 2차전과 7차전에서 2승을 거뒀다.

한진선은 “점프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 정회원으로 승격할 줄 알았는데 평균타수에서 1타가 모자라 떨어져 무척 속상해 정말 많이 울었다”며 “힘이 쭉 빠진 채 집에 들어갔는데 아빠가 끌어안아 주시면서 괜찮다고 위로해 주셨다. 그 때 아빠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진선은 정회원 테스트에 응시했다. 당연히 합격이었다. 그리고 드림투어 시드순위전에 출전했다. 예선 A조 47위로 본선에 올라갔지만 시드순위전 본선에서는 첫 출전에 우승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열린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까지 진출해 62번을 받았다. 조건부 시드였지만 골프채를 처음 잡아 KLPGA투어까지 5년 3개월 만에 이뤄낸 매우 빠른 성과다.

늦어도 초등학교 3~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10년이 걸려도 대다수가 정회원이 되지 못하고 또 국가대표로 최정상을 달리던 또래들이 2부 투어에서 활동하는 걸 감안하면 그의 성장은 빛의 속도다.

그는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 아빠가 말씀하신 ‘늦게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지켰을 뿐”이라며 자신은 골프 신동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조건부로 출전할 수밖에 없는 62번 시드는 한진선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첫 출전한 정규투어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는 컷 탈락했지만 몇 칠 뒤 시즌 첫 출전한 드림투어 2차전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정규투어의 벽은 높았다. 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과 연이어 출전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정규투어 본선 무대를 밟은 건 5월 E1 채리티오픈이다. 38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드림투어 5차전에서는 시즌 2승을 수확했다. 정규투어에서의 부족한 점을 2부 투어에서 보안하고 그해 드림투어 상금랭킹 순위로 정규투어 풀 시드를 따냈다.

▲ 브루나이 레이디스 경기 당시 한진선

그리고 2018시즌은 그를 더욱 성장시켰다. 시즌 개막전부터 본선에 진출하더니 3번째 대회인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2위에 오르는 성적을 냈다. 국내 개막전까지 4개 대회를 치르면서 상금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실력이라면 꿈이 거창할 법도 하지만 그는 “골프선수로서의 꿈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올해 시드를 유지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속내를 감추는 듯 했다.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자 수줍은 듯 “골프선수로서의 꿈은 아니지만 내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사람들로부터 ‘참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이보미 프로님과 전지훈련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라운드를 하면서 남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꾸준히 연습한다면 3~4년 뒤에는 KLPGA투어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진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KLPGA투어 평정이 목표냐’고 되묻자 “그건 목표가 아니라 바람”이라면서 “선수로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께서 늘 말씀하셨던 ‘인성을 갖춘 사람’이 먼저 되고 목표를 설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애 첫 우승 경쟁이었던 브루나이 레이디스 오픈 최종일 라운드를 끝내고 “우승할 사람이 우승했다”면서 “(브루나이 최종라운드)그날처럼 그렇게 공을 쳤으면 2부 투어에서는 분명 우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규투어에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을 찾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진선은 올해 ‘특급루키’ 최혜진(19)의 그림자에 가려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자 역시 그의 프로필을 꼼꼼히 들여다 볼 때까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직업상 투어 관계자들에게 유망주를 묻자 한결같이 ‘한진선’이라는 이름이 튀어 나왔다.

2라운드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생애 첫 인터뷰였지만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거리낌 없이 밝혔다. 기자에게 한진선과의 인터뷰는 숨은 보석을 찾은 듯한 희열이었다.

최웅선 기자  wschoi@focusin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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